[OSEN=홍윤표 선임기자]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가 ‘한국 근대출판문화의 형성Ⅱ’를 주제로 제19회 학술대회를 연다.
11일(토요일) 서울 인사동 정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청주고인쇄박물관,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4단계 BK21 사업팀, K-Culture 융합연구학회 공동주최로 개최된다.
한국 근대출판의 장정과 문화 형성 등을 꾸준히 탐구, 괄목할 연구 성과를 내놓았던 근대서지학회는 지난 봄철 학술대회(한국근대출판 장정문화사Ⅱ)에서 ‘장정(裝幀)’을 다룬데 이어 이번에는 2024년 가을철 학술대회에서 일차로 다루었던 ‘출판문화의 형성’을 놓고 심층적으로 접근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송민호 홍익대 교수가 첫 발제자로 나서 ‘삼문(三文)이라는 이념-삼문출판사(Trilingual Press)의 출판과 에크리튀르적 실천’을 발표한다. 이어 야나가와 요스케 일본 사이타마 대학교수가 ‘해방기 조선금융조합연합회와 박원식’을, 조정미 상명대학 교수가 ‘일제강점기 문학출판 활동의 계량서지학적 분석-표지‧ 판권지 서지정보(500종, 1910-1945)를 중심으로’를. 마지막으로 유석환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교수가 ‘식민지시기의 책 시장과 서평가의 책 읽기’를 주제로 다루게 된다.

송민호 교수는 “삼문출판사라는 신화가 된 출판사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확인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난관은 ‘삼문출판사가 과연 실제로 출판사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Trilingual Press’라는 영문의 명칭은 국문(언문)과 한문, 영문 등이 얽혀 있던 당시 조선의 특수한 어문환경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명칭이었지만, 이를 읽어내는 데 있어 삼문출판사(三文出版社), 한미화활판소(韓美華活版所), 미이미활판소(美以美活版所) 등의 명칭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면서 삼문출판사의 실체 규명에 나선다.
야나가와 요스케 교수는 그동안 ‘백양당 연구-인곡 배정국의 삶과 문학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한국학연구』 50,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18)), ‘해방기 출판계와 편집자 조풍연’(, 『구보학보』 40, 구보학회, 2025) 등 한국 근대출판 관련 출판사나 인물을 연구해온 학자로 이번에는 해방기의 잡지 『협동(協同)』 편집자였던 박원식을 삶과 그의 활동 추적 결과를 발표한다.
그와 관련, 야나가와 요스케 교수는 “이번 발표는 조선금융조합연합회(약칭 조금련)의 출판 활동과 박원식의 삶을 중심으로 해방기 한국 출판계의 한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박원식(1906-미상)은 강원도 인제 출신으로 1920년대 후반 ‘조금련’ 서기로 임명되어 강원도에서 근무하다가 1930년대 후반부터는 『반도지광』 편집에 관여했고, 해방기에는 교화부장으로 『협동』 편집과 ‛협동문고’를 비롯한 조금련 출판 사업을 전반적으로 담당한 인물이다. 박원식은 조금련 관련 활동 외에도 수필가로도 이름을 남겨, 『청춘잡조(靑春雜爼)』(1948), 『심창명암(心窗明暗)』(1955), 『항풍(恒風)』(1960), 『저 햇빛 쏟아지는 언덕으로』(1969) 등 수필집 4권을 펴냈다. 박원식의 이름은 조금련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만 생애와 문필 활동에 대한 본격 연구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정미 상명대 교수에 따르면, 일제강점기는 한국 근대문학이 태동하고 근대출판이 본격화된 시기이다. 1909년 출판법 시행으로 출판은 강력한 검열 하에 놓였으며, 1910년 강점 이후 무단통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문화정치’가 실시되면서 조선어 신문과 잡지 발간이 가능해졌고, 1930년대에는 문학출판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며 문학 과열 현상까지 나타났다.
조 교수는 “1940년대에는 전시체제 속에 신문 폐간과 한국어 금지 등 어려움이 가중되었다.”면서 “‘일제강점기 문학 출판 활동의 계량서지학적 분석’은 식민지 조선이라는 특수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문학출판이 어떠한 변화를 겪었고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를 계량서지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 있다. 특히 작가들이 정치·사회적 제약 속에서 어떠한 선택과 행위를 통해 출판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했는지를 살펴본다.”고 미리 밝혔다.
기존 연구가 출판사와 검열, 작품 연구에 집중한 데 반해, 조 교수의 연구는 “산재된 도서의 서지정보를 집약적으로 분석하여 작가들의 출판 활동과 그 환경을 총체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 종합토론은 김경희 가천대 교수, 진행은 유춘동 강원대 교수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