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의 확률을 100%의 확률까지 끌어 올린 NC 다이노스의 포스트시즌 여정. 비록 단 가을야구는 2경기 만에 끝났지만 올해 KBO리그 최고의 임팩트를 준 팀으로 남게 됐다.
이호준 감독이 이끄는 NC는 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정규시즌 막판 기적과 같은 9연승을 질주하면서 5위로 가을야구를 막차로 탑승한 NC의 가을야구 여정이 마무리 됐다.

‘기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NC의 지난 9월 중순부터의 여정이었다.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3.5%까지 떨어져 있었던 상황. 하지만 NC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상대 에이스들과의 접전, 그리고 주요 경쟁팀들과의 경기를 싸워 이겨내면서 9연승을 내달렸다.
기세를 이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까지 승리, 거침없는 기세로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 이후 두 번째 ‘업셋’까지 노려봤다. 하지만 삼성 에이스 원태인의 호투에 타선이 틀어 막혔다. 만신창이로 지쳐가던 고비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사실 NC는 꼴찌 후보로 평가 받기도 했다. 타선이야 검증됐지만 투수진에 물음표가 따라 붙었다. 안그래도 불안정한 전력인데, 시즌 초반에는 창원NC파크 구조물 낙하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홈 구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악재가 겹쳤다. 선수들은 기약 없는 원정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부상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숙소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기간 선수들은 원 팀으로 똘똘 뭉쳤고 뒤쳐지는 전력에도 중상위권으로 평가 받던 팀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통을 극복하면서 스텝업하기도 했다.

운도 작용했지만 결국 NC는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다만, 가을야구까지 오는 과정에서 선수단은 지쳐갔고 쓰러져 갔다. 연승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속에서 고통을 잊어갔지만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치면서 임계점을 넘어섰다.
포수 김형준은 왼손 유구골 골절을 당했고 외야수 박건우는 그동안 병원도 가지 않고 관리해 오던 햄스트링 부상이 심해졌다. 그럼에도 이들은 팀을 위해 몸을 내던지며 투혼을 펼쳤다. 김형준은 골절에도 불구하고 홈런을 때려냈고 박건우는 햄스트링 통증을 잊고 전력질주를 하면서 병살타를 막아냈다.
주장 박민우 역시도 시즌 내내 참고 뛰었던 허리 통증이 정규시즌 막판 심해지면서 결장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맞춰서 돌아왔지만 100%의 몸 상태는 아니었다.

투수진의 상황은 더더욱 심각했다. 마무리 류진욱이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아웃이 된 상황에서 김진호 김영규 전사민 등 필승조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극심했다.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1이닝이 아닌 3이닝까지 던지는 투혼도 불사했다.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는 김영규가 어깨 통증, 김진호가 허리 근육통으로 출장이 힘든 상황에 놓였다.
만신창이가 된 선수단으로도 NC는 삼성과 대등한 승부를 했다. 이호준 감독은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선수단의 상황에 대한 질문에 갑자기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는 “열심히 하라는 말도 못 하겠다. 정말 선수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선수들도 짜낼 만큼 짜냈는데 지금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감독으로서 미안하다. 필승조 선수들두 부하가 온 상태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서로 하겠다는 말을 하니까 감독으로서는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울먹였다.

때로는 험한말도 하는 ‘상남자’ 감독의 눈물에 선수들도 놀라기도 했다. 주장 박민우는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그리고 이호준의 눈물이라고 세계 3대 눈물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팀 분위기가 좋았다”며 “감독님과 선수들 간의 분위기가 그만큼 좋았다. 감독님이 딱 봐도 강하신 분인데 눈물까지 흘리실 정도로 감동을 많이 받으신 것 같다. 선수들도 부상이 많이 나오니까 많이 아쉽다”고 되돌아봤다.
박민우는 그러면서 “올해 우리 선수단에게 누구도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비록 짧은 가을야구였지만 분위기나 가을의 냄새 등을 잠깐이라도 경험했던 게 어린 선수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준 감독도 지금까지 선수들과 함께 한 여정을 두고 “지금처럼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NC의 팀 분위기와 팀 컬러가 자리잡는다면 정말 무섭고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감독까지 울린 NC 기적의 스토리는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여운을 남기고 내적 성장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됐다. 2026년의 NC가 더욱 더 기대되는 이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