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는 ‘천적’을 극복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고 정규시즌 9연승의 기세로 초전박살의 와일드카드 업셋의 빌드업을 완성했다. NC는 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경기 초반 리드를 잡으면서 4-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역대 두 번째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정규시즌 9연승으로 최종전에서 극적인 5위에 오른 NC는 기적을 바라고 대구행 버스에 올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는 1승과 홈의 이점을 안고 경기를 치른다. 4위는 1경기로도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5위는 원정에서 2연승을 해야만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역대 10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경우는 단 1번이다. 10%의 확률에 불과하다. 지난해 KT 위즈가 두산을 상대로 2연승 ‘업셋’을 달성했다. NC도 이 ‘업셋’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맞이했다. 정규시즌 9연승의 기세는 모두가 인정한 NC의 현재 강점.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기세가 대단한 것 같다. 정규시즌 막판 9연승을 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은 아무래도 분위기와 흐름 싸움이다”라면서 “NC의 연승 흐름을 타게 해준다면 2차전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1차전에서 어떻게 해서든 흐름을 끊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끝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1차전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후라도는 올해 NC를 상대로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2.10(30이닝 7자책점)으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피안타율이 1할8푼3리에 불과했다. 피OPS도 .494에 불과했다. 후라도가 NC 타선을 제대로 틀어막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회초 시작과 함께 경기 흐름은 NC가 준비한대로, 삼성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NC는 초반부터 후라도를 적극적으로 몰아붙였다. 첫 4타자가 4구 이내에 결과를 만들었고 선취점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김주원이 2구 만에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1사 후 최원준이 2구 만에 우전안타, 박건우가 초구에 우전안타를 만들어 1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데이비슨까지 후라도의 초구를 공략해 중전 적시타를 이끌어 냈다. 공 6개 만에 1점이 나왔다. 삼성과 후라도의 경기 플랜을 완전히 어긋나게 만들며 압박했다. 비록 이어진 1사 1,3루에서 권희동이 유격수 병살타를 때렸지만 선취점이라는 의미가 컸다.
2회 추가점도 빠른 카운트 공략이 주효했다. 2회 선두타자 이우성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순식간에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서호철도 2구 만에 보내기 번트 작전을 성공시켜 1사 3루 기회를 만들었다. 후속 김휘집은 풀카운트 8구 승부를 펼치며 끈질기게 다가섰고 3루 쪽 느린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NC가 리드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후라도도 신중해지기 시작했고 NC도 초반 플랜보다는 공격적인 면모를 늦추면서 신중하게 접근했다. 단기전은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가지만 결국 점수를 뽑아야 승리하는 것. NC는 천적을 상대로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 그리고 현재 기세가 대단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김휘집은 “후라도를 만났을 때 초반에 경기가 한쪽으로 크게 기운 상태였다. 그래서 후라도가 제구가 좋으니까 막 들어왔다. 분위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후라도를 만나다 보니까 안 좋았던 것이다”라며 “형들 말을 들어보면 너무 좋은 투수지만 절대 못 치는 공은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타석에서 전략에 대해 “그냥 뭐 똑같이 ‘거침없이 하자’는 게 목표였다. 후라도가 제구도 좋고 똑똑하고 공부도 많이 한다. 카운트가 뒤로 가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마 다들 공격적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선발 구창모가 기대 이상의 역투를 펼쳤다. 타석에서도 공격적이었고 마운드의 구창모도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6이닝 동안 단 75개의 공만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이후 김영규 전사민 김진호의 필승조가 3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이제 NC는 삼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겨룰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삼성도 한 경기만 지면 탈락이다. 정규시즌 9연승 이전,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3.5%에 불과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보름 만에 9연승을 달성,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100%로 꽉 채운 기적이 불과 얼마 전이다.

이미 3.5%의 기적도 완성한 NC다. 10%의 확률이 대단해보이지 않는다. 데이터를 깨부수는 NC의 기세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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