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 정규시즌 포함 10연승의 기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호준 NC 감독은 경기 후에도 그리 밝게 웃지 못했다.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승리하며 기적을 이어갔지만, 핵심 선수 2명이 경기 도중 이탈한 것.
5회초 해결사 박건우가 우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5회말 수비를 앞두고 주전 포수 김형준이 손목 부상으로 이탈했다. 박건우는 경기 후 더그아웃에 남아서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밝게 웃었다. 심각한 부상은 맞지만, 박건우 스스로가 경기 출장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김형준은 다르다.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김형준은 초구 파울을 치고 왼쪽 손목을 계속 만지작 거렸다. 이미 안 좋은 징조가 있었다. 그런데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의 2구 째를 두들겨서 달아나는 솔로포를 쳤다.

의기양양하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결국 5회말 수비에 나서지 못했다. 그라운드로 나가서 앉았지만 공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통증을 호소하면서 결국 교체됐다. 이호준 감독도 “정말 아픈 것 같다”라면서 “많이 신경 쓰인다. 내일 오전에 상태 보고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현재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김형준이 거의 전 경기를 출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번째 포수 박세혁, 3번째 포수 안중열이 각각 무릎과 손목 부상으로 빠져있고 가을야구 무대에도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4번째 포수인 김정호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었다.
포항제철고-성균관대를 졸업한 김정호는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전체 76순위로 지명 받았다. 올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했고 5월 30일, 1군에 등록됐다. 정규시즌은 8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다.

김형준이 빠지고 김정호가 긴급하게 투입됐고 선발 구창모와 호흡을 맞추며 경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7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의 초구 시속 144km 패스트볼을 공략해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이후 김정호는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고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 마무리 김진호와 하이파이브를 펼쳤다.
이호준 감독은 “올 시즌 초, 1군에 잠깐 올라왔을 때 퓨처스팀에서 평가가 쪼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하더라. 너무 적극적인 게 문제였다”며 “이런 경기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다행인 것은 구창모 선수와 2군에서 계속 호흡을 맞춰왔다. 다행히 선발 (구)창모와 2군에서 계속 호흡을 맞춰서 창모가 던질 때까지는 편안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김정호는 “(김)형준이가 갑자기 부상을 당해 당황스러웠다. 경기에 나가게 될 줄 몰랐지만 항상 경기에 나간다고 준비하고 있어서 크게 긴장되거나 부담스러지 않았다. 특히 우리 팀이 이기고 있어서 마음이 좀 더 편했다”고 전했다. 삼성 에이스인 후라도를 상대로도 ‘쫄지 않고’ 초구를 과감하게 쳤다. 그는 “수비에 더 집중해야해서 큰 부담 없이 타석에 들어갔다. 운 좋게 결과가 잘 나왔다”면서 “1루에서 내 이름이 불리고 팬들의 응원소리도 많이 들렸다. 내 이름이 불리는 게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김정호는 사실 야구 외에 다른 장면으로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지난 6월 13일 창원 KIA전,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자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팬들이 우천 중단의 지루함을 잊게 했다. 이 퍼포먼스 덕분에 ‘월간 CGV 씬-스틸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는 가을야구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릴 때다. 그는 “좀 더 야구를 잘해서 나를 알리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오늘 운 좋게 그런 상황이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어쩌면 올해 NC의 남은 가을야구는 김정호에게 더할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