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팀보다 연습 많이 했잖아" 한화가 최소 실책 1위라니…김경문 감독이 이뤄낸 체질 개선, 행복 수비는 옛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10.07 00: 47

“한화 하면 ‘이거다’라고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수비 쪽부터 여러 가지로 강화시키려 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시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시즌 중반부터 한화를 맡았지만 그때까지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팀컬러나 컨셉이 없었고, 김경문 감독은 가장 먼저 강화해야 할 파트로 수비를 언급했다. 시즌 후 3일만 쉬고 고참 선수들도 예외없이 마무리훈련에 참가했고, 스프링캠프까지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이어갔다. 
지난해 한화는 팀 실책이 최소 5위(105개)로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 처리한 비율인 수비 효율(DER)은 10위(.686)에 그쳤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수비 실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많았다. 야구의 9할이 수비다. 약팀의 공통점은 수비가 약하다는 것이다. 수비를 더 강하게 해서 강팀들을 이겨야 우리가 강팀이 된다”고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화 내야수 하주석, 이도윤, 황영묵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2025.08.22 /sunday@osen.co.kr

한화 김경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주시하고 있다. 2025.07.25 / dreamer@osen.co.kr

이에 오프시즌 수비형 유격수 심우준을 FA 영입했고, 외국인 타자도 중견수 수비가 뛰어난 에스테반 플로리얼을 택했다. 센터라인 기둥을 세워 수비의 중심을 잡기 위함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선 내야 전천후 이도윤을 제외하고 고정 포지션으로 준비했다. 김 감독은 “(채)은성이도 이제는 외야로 안 보내고 1루수로만 쓴다. 선수들이 수비 부담을 갖기 않도록 한 자리에만 두려 한다. 각자 한 곳에 집중하면 작년보다 전체적인 팀 수비가 나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9회말 무사 1루 한화 심우준이 KT 허경민의 땅볼을 백핸드로 포구하고 있다. 이후 1루주자 이호연이 2루에서 포스아웃 됐다. 2025.10.03 /cej@osen.co.kr
김 감독이 추구하는 한화 야구의 색깔은 그렇게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타났다. 한화와 협약을 맺고 스프링캠프 훈련지를 제공한 저스틴 후버 멜버른 에이시스 단장은 “올해 한화 투수력이 아주 강할 것 같다. 김경문 감독이 가장 중요시하는 수비 훈련들도 인상적이다. 아마 올해 한화 상대로 점수를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며 수비 중심의 막는 팀이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현실이 됐다. 
올해 한화는 1992년 전신 빙그레 시절 이후 33년 만에 팀 평균자책점 1위(3.55)로 마쳤다. 팀 실책도 최소 1위(86개)로 2010년(80개) 이후 15년 만이었다. 수비 효율 DER도 6위(.678)로 지난해보다 4계단 올랐다. 팀 타율 4위(.266), OPS 5위(.730)으로 타격은 중간 수준이었지만 강력한 투수력과 탄탄한 수비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 18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한화의 투수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수비의 힘이었다. 유격수 심우준, 3루수 노시환, 2루수 하주석, 내야 멀티 이도윤이 내야에서 물샐틈없는 수비 라인을 구축해 타구 처리율 1위(86.6%)를 찍었다. 내야에서 외야로 다시 나간 문현빈은 좌익수로 자리잡았고, 김태연은 팀 내에서 유일하게 내외야를 오가는 유틸리티로 양쪽 모두 수비 일취월장했다. 이원석도 외야 수비가 향상되면서 대주자에 그치지 않고 출장 기회를 더 늘릴 수 있었다. 
4회초 1사에서 한화 3루수 노시환이 SSG 고명준의 튀어 오른 땅볼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2025.08.24 /sunday@osen.co.kr
김경문 감독도 “우리가 수비 연습 어느 팀보다 열심히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며 “수비가 좋아져야만 투수가 1이닝이라도 덜 던질 수 있다. 조그마한 수비 실수로 투수가 공을 더 던지게 던지고, 1이닝이 늘어나면 그게 다 불펜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팀이 약해진다. 올해 우리 선수들이 수비를 잘해줬다. 투수한테도 도움이 되고, 팀도 승리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됐다”고 자평했다. 
암흑기 시절 한화는 투수가 약하고, 수비가 허술해 자멸하기 일쑤였다. ‘행복 수비’라는 반어법으로 조롱과 비아냥을 받았지만 올해는 그런 말이 싹 사라졌다. 황당한 수비 실수가 많이 줄었다. 투수와 수비, 기본이 되면서 계산이 서는 팀으로 체질 개선을 이뤘다. 타선이 터지지 않아도 실점을 최소로 억제하며 버티다 경기 중후반에 역전하는 승리 공식도 만들어졌다. 올해 역전승이 39승으로 리그 최다였다. 
탄탄한 수비는 단기전, 큰 경기에서 더 중요하다. 3위로 가을야구에 나갔던 2018년에는 4위 넥센에 1승3패로 업셋을 당했는데 당시 1~4차전 모두 실책이 나왔다. 4경기 실책 6개로 수비가 흔들렸는데 신인 정은원이 2차전에서만 2루수로 실책 2개를 했다. 4회 포구 실책 이후 무실점으로 막던 선발 키버스 샘슨이 임병욱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3~4차전에선 투수 이태양, 박성웅(개명 전 박주홍)의 송구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짧게 끝난 7년 전과 달리 올 가을에는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한국시리즈까지 바라본다.
한화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도열하고 있다. 2025.03.28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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