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막판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는 우측 햄스트링 통증을 안고 경기를 소화하고 있었다. 이호준 감독은 “병원 가서 사진(MRI)을 찍어봐야 하는데 병원도 안 간다고 하더라”면서 “수비도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며 박건우의 투혼을 설명했다.
박건우 본인의 강행 의지가 컸다. 상태가 안 좋은 것은 맞지만 또 완전히 못 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박건우는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나고 “고참에 대한 무게감이 있었다. 제가 해결을 해줘야 후배들도 따라와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 집중하려고 했다”며 “빠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좀 더 책임감을 갖고 마지막까지 하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시한폭탄과도 같은 몸 상태였다. 박건우는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역시 박건우는 아픈 햄스트링을 부여잡고 투혼을 펼쳤다.

1회 1사 1루에서 박건우는 후라도를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1사 1,2루 기회를 이어갔다. 이후 데이비슨의 중전 적시타 때 절뚝 거리면서 3루까지 향했다. 타구가 우중간 쪽으로 향하자 박용근 3루 코치가 팔을 돌렸다. 박건우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3루를 향했다. 박건우의 투혼으로 득점 기회를 이어갔다. 비록 추가점이 나오지 못했지만 박건우의 의지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투혼의 진가는 5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형준의 솔로포로 3-0으로 달아난 5회, 1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건우. 3-유간의 땅볼 타구를 쳤다. 박건우의 다리 상태를 생각하면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었던 타구. 그러나 박건우는 다시 한 번 전력질주를 펼쳤고 병살타를 저지했다. 결국 2사 1,3루로 기회가 4번 데이비슨으로 연결됐다. 박건우는 기회를 만들고 대주자 박영빈으로 교체됐다.박건우의 투혼은 데이비슨의 적시타로 완성됐다. 박건우가 되살려낸 2사 1,3루 기회에서 데이비슨이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뽑아내면서 4-0으로 달아났다. 타구가 원바운드로 담장을 맞은 뒤 관중석으로 들어가며 인정2루타가 됐다. 만약 타구가 그라운드에 머물렀다면 1루 대주자 박영빈까지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박건우는 더그아웃에서 아이싱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병원 이동 없이 더그아웃에 남아서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이닝 교대시 가장 먼저 나와서 선수들을 맞이했다. 결국 박건우의 투혼이 승리의 주춧돌이 됐다.

이호준 감독은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본인이 끝날 때까지 병원은 무조건 안 간다고 하더라. ‘나는 무조건 경기를 뛰겠다’고 하길래 지금 상태가 어떤지 모른다”라고 걱정했다.
경기 후 박건우는 모두의 걱정에 개의치 않았다. 승리에 기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햄스트링 쪽이 지금 약간 부었다”라고 웃으면서 “사실 오늘 병살타가 너무 많이 나왔다. 치고 나서 아차 싶었다. 그래서 통증이 있다는 것도 잊고 나도 모르게 뛰었다”고 말했다. 병원 검진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가도 어쩔 수 없다. 뛸 수밖에 없다”라며 투혼에 대해 언급했다.
베테랑 박건우의 솔선수범으로 NC는 한 발 더 뛰고 더 뭉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의 기틀을 박건우가 다지면서 오는 7일 2차전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