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지방 팀들이 더 많다. 8년 만에 수도권 팀을 역전하며 쏠림 현상을 막았다.
지난 4일 NC가 창원 SSG전을 승리하며 5위를 확정,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에 따라 1위 LG, 2위 한화, 3위 SSG, 4위 삼성, 5위 NC로 가을 잔치의 대진이 짜여졌다.
수도권은 LG, SSG 2개 팀밖에 없다. 한화, 삼성, NC 등 지방 3개 팀이 가을야구에 올라간 게 눈에 띄는 특징.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두 번째로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2017년에는 KIA, 롯데, NC 등 지방 3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 이후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 2019~2022년 5년 연속 수도권에서 무려 4개 팀이 가을야구에 나갔다. 이 기간 LG가 매년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지방 팀에선 번갈아가며 NC, NC, 삼성, KIA, NC가 한 자리에 들어갔다. 한화와 롯데는 계속 하위권을 맴돌며 가을만 되면 구경꾼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KIA와 삼성 2개 팀이 가을야구의 마지막 무대인 한국시리즈에 만났다. 지방 팀들끼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것은 2006년 삼성과 한화 이후 18년 만이었다. 여세를 몰아 올해는 지방 3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LG와 1위 싸움 끝에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한화가 2018년 이후로 7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이어 삼성이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를 받았고, 9연승 대반등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NC가 5년 연속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었던 KT를 제치고 2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했다.

수도권과 지방 구단이 5개씩 반반으로 나눠진 KBO리그는 오랜 기간 수도권 팀들의 강세가 뚜렷했다. 고교 선수들이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에 몰렸고, 1차 지명 제도 하에 서울 팀들이 유망주들을 싹쓸어갔다. 지역 팜 황폐화로 지방 팀들은 유망주 수급이 힘들었다. FA나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서도 같은 조건이면 수도권 팀들이 유리했다.
이에 KBO리그는 수년간 전력 평준화를 위한 제도를 계속 도입했다. 2019년부터 신규 외국인 선수에 한해 몸값 상한액을 100만 달러로 제한했고, 신인 지명도 2021~2022년 하위 3개 팀에 한해 지역 연고를 벗어나 전국 1차 지명권이 주어졌다. 2023년부터 전면 드래프트로 완전히 변경했고, 팀 연봉 총액 상한제인 샐러리캡(경쟁균형세)이 도입되는 등 특정팀 독식을 막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수도권 쏠림 현상, 지역 불균형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한화의 올 시즌 대도약도 제도 변화의 수혜를 본 결과다. 2022년 전국 1차 지명으로 고교 투수 최대어 문동주를 지명한 뒤 2023~2025년 전면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김서현, 황준서, 2순위로 정우주 등 최상위 투수 유망주들을 쓸어담았다. 문동주는 선발로, 김서현은 마무리로, 황준서와 정우주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군 투수로 자리잡았다. 1라운드에서 투수를 확보한 덕분에 2023년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뽑은 문현빈도 올해 중심타자로 급성장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뿐만 아니라 FA 시장에서도 3년 연속 꾸준하게 선수를 영입했다. 다른 팀들이 샐러리캡으로 인해 잡기 어려운 선수들을 데려와 전력을 끌어올렸다. 채은성은 3년간 꾸준히 중심타자로 활약했고, 2년 연속 주장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하며 FA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올해 합류한 엄상백과 심우준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두 선수가 빠진 KT의 5강이 좌절됐으니 경쟁팀을 하나 떨어뜨린 효과가 있다.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삼성도 투수 배찬승, 이호성, 내야수 이재현, 김영웅, 외야수 김성윤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이어진 가운데 적절한 FA 투자가 이어지며 팀 전력이 궤도에 올랐다. 김주원이 리그 대표 유격수로 급부상한 NC 역시 꾸준히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수급하며 10구단 체제에서 지방팀 중 가장 많은 7번의 가을야구 진출로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NC는 6일부터 대구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지방팀끼리 와일드카드를 놓고 싸우는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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