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기적은 없었다. 마법도 없었다. 슬로스타터 오명을 씻고 144경기 내내 ‘버티기’에 성공했으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NC 다이노스 9연승에 5할 승률 +3을 기록하고도 6년 연속 가을야구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KT는 지난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시즌 최종전에서 NC가 7-1 완승을 거두며 최종 6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KT는 3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극적인 6-6 무승부를 거두며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살렸다. 4일 NC가 패할 경우 5위로 가을야구 막차에 탑승할 수 있었지만, 5위의 최종 주인은 시즌 마지막 경기 승리로 9연승에 성공한 NC였다.
KT의 최종 성적은 144경기 71승 5무 68패(승률 .511)로, 5할 승패마진 +3을 기록하고도 NC에 불과 0.5경기 차이로 밀려 가을야구가 아쉽게 무산됐다. 야구팬들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KT 없는 포스트시즌을 보게 됐다.
KT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FA 권리를 행사한 핵심 전력 2명을 잃었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4년 총액 50억 원, 승률왕 출신 엄상백이 4년 총액 78억 원에 나란히 한화 이적을 택하며 유격수, 4선발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이에 FA 허경민을 영입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좌완 선발 오원석을 영입했지만, 시즌 초반 허경민(옆구리), 강백호,(발목), 김상수(옆구리), 오윤석(내전근), 장준원(발목 골절) 등이 대거 부상 이탈하며 플랜B 가동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KT는 슬로스타터 오명을 씻어냈다. 그 동안 마운드의 팀으로 불렸던 마법사군단 야수진에 새 얼굴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고의 히트상품은 혜성 같이 등장한 안현민이이었다.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112경기 타율 3할3푼4리 132안타 22홈런 80타점 장타율 .570 출루율 .448의 화력을 뽐내며 출루율 1위, 타율 2위, 장타율 3위를 해냈다. 안현민은 2025시즌 유력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졸 1라운더 출신 권동진은 첫 풀타임 시즌을 통해 차세대 주전 유격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밖에 안치영, 유준규, 조대현 등이 귀중한 경험치를 쌓으며 2026시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운드는 토종 10승 투수 3명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에이스 고영표(11승)가 중심을 잡은 가운데 소형준이 부상에서 돌아와 3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고, 오원석은 트레이드를 전환점으로 삼고 데뷔 첫 10승 투수(11승) 타이틀을 새겼다. 전반기에만 10승을 달성하며 5선발 같은 1선발 역할을 수행했다. 뒷문에서는 ‘제2의 오승환’ 박영현이 35세이브를 수확하며 데뷔 첫 구원왕을 차지했다.

미래를 밝힌 토종 자원들과 달리 외인 농사는 역대급 흉작으로 기록됐다. 기존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 멜 로하스 주니어와 재계약하고, 키움 히어로즈의 원투펀치를 맡았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영입하며 안정을 꾀했으나 쿠에바스가 18경기 3승 10패 평균자책점 5.40, 로하스가 95경기 타율 2할3푼9리 14홈런 43타점 부진 속 짐을 싸는 악재를 맞이했다. 1선발 헤이수스도 32경기 9승 9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KT는 패트릭 머피, 앤드류 스티븐슨에게 대체 외인 성공신화를 기대했으나 이들의 재계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부임 후 두 번째 실패를 겪은 ‘530승 명장’ 이강철 감독은 “우리는 올 시즌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계속 5할 승률 이상으로 버텼다. 5위에 계속 있었다고 방심한 적도 없다. 우리대로 잘 시즌을 치러왔는데 NC가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밑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 어쩔 수가 없다”라고 아쉬워하며 2026시즌 반등을 다짐했다.
이강철 감독은 내년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