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없어진 이유 있달까봐"…'도라이버', 403일 만의 기적 (인터뷰 종합①)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5.10.07 07: 59

2024년 1월 18일, “동전 앞면이 나오면 다시 돌아온다”라고 외치며 힘차게 동전을 던지며 1년 6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한 ‘홍김동전’. 그로부터 403일 후인 2025년 2월 23일, 길거리를 걷다 발견한 ‘앞면’의 동전을 누군가 주워가면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홍김동전’이 ‘도라이버’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2022년 7월 첫 방송된 ‘홍김동전’은 ‘동전 던지기’라는 단순한 콘셉트를 통해 운명에 따라 달라지는 멤버들의 희비를 담아낸 버라이어티쇼. 홍진경, 김숙, 조세호, 주우재, 장우영이라는 신선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조합은 회를 거듭할수록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고, 그 결과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두터운 팬덤이 형성됐다.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은 이들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약 1년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그렇게 막연히 동전을 던지며 다음을 기약한 멤버들. 그들은 403일 후의 재회를 예상했던 것일까.
'도라이버' 제공

'도라이버' 제공

“‘홍김동전’이 막을 내린 뒤 박인석 PD와 ‘찐팬구역’이라는 예능을 함께 했고, 지금 이렇게 ‘도라이버’로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한 말이 요즘에는 제작사라고 하는 게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 채널 등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들의 이야기는 멈추지 말자고 했었다. 그래서 제가 운영하고 있는 조그마한 채널에서 멤버들끼리 만난 것도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 보여드렸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우리끼리도 꼭 어떠한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자체 플랫폼이 되어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는데 그게 이루어지니까 더없이 행복했다.” (조세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사는 이들이 있지 않나. ‘홍김동전’ 때 되게 끈끈해진 것 같아서 프로그램으로 다시 뭉치지 않더라도 우리 5명은 끝까지 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들었다. 끝나고도 실제로 교류가 있었다. 제가 공연할 때 조세호와 장우영이 와줬고, 홍진경도 그래서 꼭 어디에서든 만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있었다.” (김숙)
“저희끼리 또는 지금 같이 하고 계신 제작진분들에 대한 신뢰가 강했기에 우리끼리 언제든 좋으니까 다시 뭉친다면 뭔가를 열심히 잘 할 수 있겠다, 재미있겠다, 즐겁게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장우영)
“넷플릭스에서 다시 뭉쳐서 녹화했을 때, 우리가 막 헤어질 때 호들갑 떨었던 게 무안할 정도였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다시 왔는데 다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제작진분들도 거의 다 그대로였던 만큼 마치 지난주에 녹화하고 바로 만난 사람들 같았다. 이럴 거면 굳이 그때 왜 울고불고했는지 싶었다.” (주우재)
'도라이버' 제공
주우재가 역주행 시킨 10CM의 ‘너에게 닿기를’처럼, ‘홍김동전’ 멤버들의 마음이 닿았을까. 이들이 마지막에 던진 동전은 실제로도 ‘앞면’이 나왔고, 그 ‘앞면’을 던진 건 ‘뒷면 킬러’ 주우재였다. 그 주우재가 자신이 던진 동전을 줍고 품에 담으면서 ‘도라이버’는 시작됐다.
“이걸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진짜 많으신데,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다. 앞면이 나왔다. ‘홍김동전’에서 내가 동전만 던졌다 하면 뒷면이 나오니까 마지막에 던질 때 다들 ‘주우재가 던지면 뒷면 나오는데’라고 하셨었다. 그런데 정말로 조작 없이 앞면이 나왔다. 그래서 ‘도라이버’ 첫 화에서 제가 앞면이 보이는 동전을 주우면서 시작을 알렸다.” (주우재)
'도라이버' 제공
KBS라는 둥지를 떠난 ‘홍김동전’ 멤버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건 거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였다. 공영방송이라 표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넷플릭스를 만나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 그리고 제약 없는 표현을 얻은 멤버들은 ‘도라이버’로 이름을 바꾸고 403일 만에 시청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노는 물이 더 커진 만큼, 다시 돌아온 만큼 부담감은 없었을까.
“부담감은 박인석 PD가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녹화 때 우리끼리 놀고 가면 본방에서는 감동을 넣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고 다양한 요소를 박인석 PD님이 넣어주신다. 그걸 아는 만큼 우리는 와서 놀고, 즐기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부담감은 없었다.” (주우재)
“부담감보다는 신기한 게 많았다. 저도 30여 년 활동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했지만 ‘홍김동전’이 막을 내리고 ‘도라이버’로 돌아왔을 때 PD는 물론 작가님, 오디오 감독님, 조명 감독님, 카메라 감독님 등 모두 그대로 모여서 시작하지 않았나. 이건 꿈의 이야기였다. ‘도라이버’ 이전에 이렇게 한 프로그램이 있나 모르겠지만 저는 처음이다. 그래서 부담감보다는 신기함이 더 컸다.” (김숙)
“저는 사실 좀 부담이 됐다. 어떤 부담이었냐면, ‘홍김동전’이 누구보다 내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웃으면서 끝나는 게 깔끔하다 싶기도 했는데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더 많은 분들이 기대도 하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만큼 녹화 날이 정해졌을 때 반가우면서도 사실 부담이 됐다. ‘없어진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라는 이야기를 혹시라도 들을까 봐 걱정하면서 시작을 했는데 오프닝을 하자마자 재가 괜한 부담을 가졌구나 싶었다. 지난주에 만난 사람들처럼 오프닝을 하니까 기분이 묘했고, 이들과 함께하면 이렇게 즐거운데 보시는 분들도 좋아해주시지 않을까라는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조세호)
“저는 ‘솔로지옥’ MC를 하면서 넷플릭스를 경험했는데, 정말로 많은 시청자분들 특히 해외에서 많이 보신다. 그래서 ‘도라이버’가 넷플릭스를 통해 많은 나라에 송출되는 만큼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지는 않아서 편하게 다니고 있다.” (홍진경)
'도라이버' 제공
그렇게 다시 뭉친 ‘도라이버’. 멤버들도 그대로, PD와 메인 작가는 물론 카메라, 조명, 음악 감독까지 그대로라는 점에서 낭만이 몰아쳤다. 그리고 이들은 저조한 시청률이라는 과거를 벗어나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대한민국 TV쇼 부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홍김동전'의 팬덤이 얼마나 견고했는지, 그리고 이 콘텐츠의 성공이 시청률 숫자에 갇혀있지 않았음을 명백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솔로지옥’은 제가 진행을 하는 MC의 입장이고, ‘도라이버’는 플레이어의 입장이라 각 프로그램이 1위를 했을 때 느끼는 감정도 달랐다. ‘솔로지옥’은 진행을 하는 입장이기에 엄마의 마음이 들었고, ‘도라이버’는 플레이어인 만큼 우리끼리 뭔가를 일궈낸 느낌이라 같은 1위라도 느낌이 달랐다.” (홍진경)
“‘홍김동전’ 때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저는 사실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다. 시청률이 저조한 건 사실이지만 화제성이 항상 좋았다. 모니터링을 하고 찾아보고 하면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들도 많지만 많이 회자가 되고 화제가 되는 건 ‘홍김동전’이었다. 짤이나 밈 같은 것도 많이 돌면서 ‘우리 프로그램이 되게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주우재)
“업계에서는 되게 부러워한다. 출연진들이 사이가 좋은 프로그램도 많이 있는데, ‘도라이버’가 역사에 획을 긋듯이 이렇게 잘하면 플랫폼을 옮겨서도 잘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 같다.” (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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