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게 해주려고 했는데...".
이승용 SSG 랜더스 감독이 한화 이글스와의 인천경기에서 9회 2사후 기적의 역전극을 이끌어낸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SSG는 지난 1일 경기에서 2-5로 뒤진 9회말 2사후 현원회의 추격의 투런포, 루키 포수 이율예의 역전 끝내기 투런포를 앞세워 6-5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 역전극으로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잠실경기에서 NC 다이노스에게 패한 LG는 매직넘버 1를 소진하면서 극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NC에게 또 지면서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이제는 타이브레이크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많은 LG 팬들은 야구장에 남아 인천경기를 주시했고 9회2사후 믿기지 않는 기적의 역전극에 환호성을 보냈다. 힘겨운 우승을 차지한 염경엽 감독과 선수들은 부담감과 마음 고생을 훌훌 털고 한국시리즈에 선착해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화는 역전 우승의 꿈이 물거폼이 됐다. 마무리 김서현이 단 2구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 그대로 경기를 끝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류효승 안타후 현원회 홈런, 정준재 볼넷후 이율예 홈런에 고개를 떨구었다. 이날 승리했다면 LG에 반게임차로 추격할 수 있었다. 3일 KT와 최종전 승기를 거둔다면 LG와 타이브레이커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었다.
2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위해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이 감독은 "(경기를 잘 나가지 않아) 감을 계속 찾아야 하니까 좀 센 친구를 냈다. 효승이를 먼저 냈는데 안타를 때렸다. 원회도 (계속 기회를 주지 못해) 늘 마음이 걸렸었다. 미리 준비를 시켜놓았는데 홈런을 때렸다. (정)준재도 볼넷으로 나가고 율예가 홈런을 쳐버렸다"며 과정을 설명했다.
아울러 "솔직히 이기려기 보다는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었다. 한 타석이라도 더 보게 해주려고 했다.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 그만큼 준비한 것이 나온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마무리 투수를 상대로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이렇게 쳤다. 감독 입장에서는 대견하고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절실한 친구들이 어제 경기를 이겼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서로 경쟁심이 생겼다. 효승이가 올라오면서 고명준이 영향을 받았고 율에를 옆에 놔두었더니 (조)형우도 그렇더라. 되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동기부뎌오 확실히 한다. 선수들이 2군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또 1군에 경기 못나가는 친구들은 코치들이 시간날때마다 계속 봐주니까 성장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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