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2년 뒤 한국판 오타니 쇼헤이를 품는 것일까. 팔꿈치 수술로 인해 상무 입대 후 타자로 전향한 전미르가 내년 시즌 투타겸업에 전격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무 박치왕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 퓨처스리그 KT 위즈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취재진과 만나 투수 전미르의 타자 전향 뒷이야기를 전했다.
박 감독은 “과거 구창모, 배제성, 이정용, 김재웅 등 선발투수들이 상무에 와서 전부 부상을 당했다. 그들이 빠지면서 불펜투수들이 혹사를 당했다. 가용 인원이 없어서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으며 “전미르 또한 수술을 받고 상무에 들어왔는데 선례로 봤을 때 그냥 놔두면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 같아서 내가 타자 전향을 제안했다. 선수도 타자를 하고 싶어 하더라. 타격을 시키기 전 김태형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했고, 전미르가 여기 소속이니 내가 알아서 한 번 해보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경북고를 나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1라운드 3순위로 뽑힌 전미르는 아마추어 시절 투타겸업으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고3 시절 투수로 18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1.32, 타자로 27경기 타율 3할4푼6리 3홈런 32타점 OPS 1.032로 투타 모두 두각을 드러냈고, 프로 입성 후 투수를 택해 첫해 36경기 1승 5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88을 기록했다. 전미르는 작년 12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올해 5월 상무 입대했다.
아마추어 오타니답게 타격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7월 24일 퓨처스리그 한화 이글스전에 타자로 데뷔한 전미르는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24타수 6안타) 7타점 10득점 OPS 1.056를 기록했다. 박 감독은 “확실히 운동 능력이 있다. 타격을 할 때 그 능력이 보인다”라고 놀라워했다.

그렇다고 전미르가 아예 투수를 포기한 건 아니다. 일단 타자로 뛰다가 수술한 팔꿈치가 100%가 되면 투타겸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전미르가 투수를 안 하는 건 아니다. 골반 가동성, 흉추 가동성, 어깨 운동 등 투수가 할 수 있는 기본훈련을 마친 뒤 타격을 한다. 내년에는 아마 두 가지 다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박 감독은 내년 시즌 전미르의 원활한 투타겸업을 위해 KBO에 2군 한정 오타니 룰 신설도 건의할 계획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22년 투타겸업을 하는 선수의 경우 투수 교체가 되도 지명타자로 남은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이도류 전용 룰이 생겼다.
박 감독은 “전미르가 투수를 포기한 게 아닌 두 가지를 다 하려고 한다”라며 “KBO에 향후 2군에 한해 오타니 룰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전미르는 “올해 타격은 괜찮았다. 그냥 이것저것 많이 배우는 시즌이라서 방망이를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라고 되돌아보며 “팔꿈치는 지금 회복 중에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10월 말 ITP에 들어가기 때문에 컨디션에 따라서 투타겸업 재개 날짜가 바뀔 듯하다.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따를 것이며, 무엇을 하든 항상 자신감은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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