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싸워주는 것이 예우라 생각했다".
KIA 타이거즈 베테랑 최형우(43)가 삼성 라이온즈의 전설로 남은 끝판대장 오승환(44)과의 은퇴경기 맞대결에서 최선을 다해 스윙을 했다고 밝혔다. 9월3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나서 은퇴 등판에 나선 오승환을 상대해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가슴 뭉클한 대결이었다. 9회초 삼성 불펜에서 오승환이 걸어나와 마운드에서 볼을 던지자 최형우도 더그아웃에서 헬맷을 쓰고 방망이를 들고 타석으로 걸어나왔다.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의 마지막 상대하는 타자로 나선 것이다. 절친한 1년 후배이자 국내 최고의 타자의 예우였다. 4구만에 몸쪽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포크볼에 당했다. 오승환은 전력을 다해 던졌고 최형우도 있는 힘을 다해 풀스윙을 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역대 은퇴경기에서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최형우는 웃으며 마운드에 올라가 오승환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은퇴를 아쉬워했다.이범호 감독도 "형우도 보내는 선배에 대한 예우로 대결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뭉클했다. 한국 야구사에서 이런 상황을 만들어지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박수를 보냈다.

1일 KT 위즈와의 광주경기에 앞서 최형우는 "오승환 선배가 등판하면 대타로 출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한 선수와 맞대결을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고, 오히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주는 것이 오승환 선배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했다"고 출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존 안에 꽂히는 직구는 여전히 힘이 있다는 생각을 했고, 높은 쪽으로 오는 직구와 바깥쪽 포크볼에는 타이밍을 뺏겨 불리한 카운트로 몰릴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헛스윙 당한 포크볼이 만일 바깥쪽으로 왔다면 계속 커트를 하면서 승부가 길어졌을 거라 생각하는데, 마지막 공은 몸쪽으로 절묘하게 떨어져 칠 수 없는 변화구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타석에서 삼성 포수 강민호도 두 선수의 맞대결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최형우는 "포수 강민호와 타석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경기전 홈팀 라커룸에서 만나 오승환 선배가 나온다면 대기할 수도 있냐는 얘기 정도 나눴고, 오히려 강민호는 내게 타석에서는 오승환 선배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달려가 포옹을 했던 이유도 "헛스윙 삼진을 당한 후에 오승환 선배에게 존경의 의미를 담은 인사를 나눴다. 같은 팀에 있을 때부터 가장 존경했던 선수였고, 흠이 없는 선배였기에 그 마음을 담아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며 다시 한 번 은퇴를 아쉬워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