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10승 외인 방출이 부른 롯데 추락, 명장도 절치부심 "내년에 결과 내야 한다, 선수들도 각오해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10.01 06: 39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믿기지 않는 추락은 결국 과욕이 문제였다. 3위를 지켜야 한다는 욕심이 큰 화를 불렀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시즌 최종전이었던 30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많이 아쉬운 한 해다. 이것저것 어떤 이유를 떠나 3위를 지키고 싶은 욕심이 컸다. 선수들이나 스태프들도 그걸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안 됐을 때 부담도 더 갔다. 그런 과정을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이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외국인 투수 교체 실패가 올 시즌 팀의 운명을 좌우한 뼈아픈 패착이었다. 롯데는 지난 8월6일 사직 KIA전에서 시즌 10승을 달성한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며 메이저리그 통산 38승 커리어를 갖춘 빈스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롯데 터커 데이비슨이 롯데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동료 선수들과 송별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8.06 / foto0307@osen.co.kr

경기 앞서 롯데 김태형 감독이 국민의례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2025.08.19 / soul1014@osen.co.kr

이 시점까지 롯데는 58승45패3무(승률 .564)로 1~2위 한화, LG에 4경기차 3위였다. 4위 SSG에 5경기차 앞선 넉넉한 3위로 가을야구는 안정권이었다. 데이비슨은 22경기(123⅓이닝) 10승5패 평균자책점 3.65 탈삼진 119개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2선발로 아쉬움이 있었다. 시즌이 갈수록 5이닝용 투수가 된 데이비슨으로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시즌 중 10승 외국인 투수를 방출하는 KBO리그 초유의 결정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교체였지만 결과가 이렇게 참혹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데이비슨으로 그대로 갔으면 선두권을 넘보긴 어려웠어도 이렇게 가을야구에 탈락할 만큼 급추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벨라스케즈는 11경기(6선발·35이닝) 1승4패 평균자책점 8.23 탈삼진 28개로 말도 안 되게 부진했다. 첫 선발 5경기 모두 난타를 당했고, 불펜으로 강등된 뒤에도 3경기 연속 실점하며 흔들렸다. 최종전인 30일 한화전을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유종의 미라는 표현을 쓰기도 민망할 만큼 버스가 떠난 뒤였다. 
롯데 빈스 벨라스케즈 2025.08.19 / soul1014@osen.co.kr
데이비슨의 마지막 승리 다음날부터 롯데는 12연패를 당했다. 무승부 두 번 포함 14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5할 승률을 순식간에 까먹었다. 9월 들어서도 5연패, 4연패, 3연패가 이어지면서 순위가 쭉쭉 내려갔다. 데이비슨 방출 이후 38경기에서 8승27패3무(승률 .229)로 믿기지 않는 추락을 거듭했다. 
이날 한화와의 최종전도 허무하게 졌다. 연장 10회 마무리 김원중이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끝내기 중전 안타를 맞았는데 높게 뜬 빗맞은 타구가 수비수들이 잡기 어려운 곳에 떨어졌다. 0-1 끝내기 패배를 당한 롯데는 결국 66승72패6무(승률 .478), 최종 순위 7위로 마쳤다. 지난해(66승74패4무 승률 .471)와 같은 승수, 순위로 2018년부터 최근 8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쓴맛을 봤다. 
두산에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 3회로 왕조를 이끌었던 ‘명장’ 김태형 감독도 2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는 처음이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가 될 내년에 반드시 명예 회복을 해야 한다.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롯데는 박준우가, 방문팀 삼성은 원태인이 선발 출전했다.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2025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9.26 / foto0307@osen.co.kr
김 감독은 “가을야구를 못하게 되면 내년을 대비해 거기에 맞는 훈련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 훈련량은 선수들도 각오는 하고 있을 것이다. 훈련량은 당연히 많아야 한다. 개개인에게 맞는 훈련도 할 텐데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훈련할 것이다. 스태프들도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이 정말 자신을 위해 도움이 되는 훈련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할 것이다. 부족한 점을 훈련량으로 메워서 내년에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아쉬운 시즌이지만 수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김 감독은 “윤성빈이 보여준 모습은 큰 성과다. 야수들도 어떻게 보면 올해가 2년차인데 느끼는 게 많을 것이다. 감독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전에 본인들이 알아서 준비를 잘할 것이다”며 “8일부터 시작되는 훈련부터 구단과 얘기해서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좋은 아카데미에 주요 선수들을 보낼 것이고, 경기를 많이 못 뛰었던 백업 선수들은 (울산에서 열릴) 교육리그에서 뛰게 할 것이다. 경기 끝나면 또 훈련시키고, 아마 빡빡한 일정이 될 것이다. 선수들도 그걸 다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잘하고 올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시즌을 마친 롯데 선수단은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하고 난 뒤 8일부터 다시 훈련에 들어간다. 11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릴 마무리캠프에 앞서 국내에서부터 훈련 강도를 높이며 일찌감치 내년 시즌 준비에 나선다.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2025시즌 홈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팬 감사 영상을 보고 있다. 2025.09.26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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