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가려 안보였나.
둘이는 무슨 사이였을까. 오승환과 최형우는 삼성의 왕조를 이끌었다. 끝판대장이 먼저 있었다. 최형우는 뒤늦게 타격에 눈을 뜨면서 4번타자로 막강 삼성을 이끌었다. 그렇게 두 선수는 2011년, 2012년, 2013년 우승을 함께했다. 오승환이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헤어졌다.
박진만 감독은 취재진 브리핑에서 오승환의 9회 등판을 예고했다. 어떤 형태이든 마운드에 오른다고 확정했다. 때마침 5-0으로 이긴 상황에서 9회를 맞이했다. 그 순간 KIA 더그아웃에서는 최형우가 힘차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오승환이 등판하면 상대타자로 나서겠다는 표현이었다.
9회가 시작되자 오승환은 불펜에서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향했다. 모든 이가 일어서 파이널 보스를 맞이했다. 최형우도 터벅터벅 웃으며 걸어나왔다. 타석에 들어서기에 앞서 헬맷을 벗고 90도 폴더인사를 했다. 존경하는 형을 향한 존경이 표시했다. 이미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오승환은 초구 142km 직구를 뿌렸고 최형우는 지켜봤다. 2구 또 141km 직구를 뿌리자 힘차게 스윙을 했으나 파울이었다.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서로 열정을 다하는 투구와 스윙이었다.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에서 3구 포크볼을 뿌렸다.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최형우가 또 파울을 만들었다.
4구는 또 포크볼로 몸쪽에서 떨어지는 절묘한 코스로 들어갔다. 최형우의 방망이가 허무하게 헛돌았다. 헛스윙 삼진이었다. 공교롭게도 최형우에게는 데뷔 이후 1500번째 굴욕의 삼진이었다. 그러나 데뷔 이후 가장 멋진 삼진이었다. 아마도 눈물에 가려 떨어지는 포크볼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삼진을 당하더니 마운드로 걸어가 진한 포옹까지 했다.
최형우는 은퇴투어를 위해 광주를 찾을 때도 직접 감사패를 제작해 전달했다. "사랑하는 나의 형님.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늘 존경해 왔습니다. 저에게 최고의 투수는 오승환입니다. 형의 모습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의 제2의 인생도 응원하겠습니다. 형의 동생 형우 드림" 문구를 읽으며 울었다.

불과 1년 차 후배이다. 친구 같은데도 왜 이렇게 깍뜻하게 형 대우를 했을까? 최형우의 말을 이렇다. "그냥 착해서 좋다. 거짓도 없고 잘난 척 안 한다. 있는 척 안 한다. 승환이 형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모두들 배려해준다"며 이유를 말했다. 인간적으로 완성체 선수라는 존경심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