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33)가 시즌 최종전에 첫 퀄리티 스타트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8년 연속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롯데로선 왜 이제야 이런 투구를 보여줬는지, 원망을 안 할 수 없게 된 피날레다.
벨라스케즈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을 9.93에서 8.23으로 낮추고 마쳤다.
당초 이날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던 알렉 감보아가 팔꿈치 통증으로 등판이 불발됐고, 불펜으로 강등됐던 벨라스케즈에게 마지막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벨라스케즈에겐 사실상 한국에서 마지막 무대였는데 깜짝 호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회 시작부터 손아섭, 루이스 리베라토, 문현빈을 모두 외야 뜬공 처리한 벨라스케즈는 2회 노시환, 채은성, 하주석을 내야 땅볼로 연속 삼자범퇴 요리했다. 3회에는 1사 후 최재훈에게 우익수 키 넘어가는 2루타를 맞아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심우준을 2루 내야 뜬공, 손아섭을 2루 땅볼 유도하며 득점권 위기를 넘겼다.
4회에도 리베라토와 문현빈을 연속 땅볼로 투아웃을 잡은 벨라스케즈는 노시환과 채은성을 연이어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특히 채은성 상대로 던진 5구째 직구가 머리 쪽으로 향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공을 던진 벨라스케즈도 놀란 나머지 마운드에서 주저앉았다. 다행히 채은성의 왼쪽 어깨를 맞고 헬멧을 맞아 충격이 덜 했다.
머리를 바로 맞은 게 아니라 헤드샷 사구에 따른 자동 퇴장을 피한 벨란스케즈는 채은성에게 사과의 제스처를 표한 뒤 투구를 이어갔다. 2사 1,2루에서 하주석을 낮게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5회에도 김태연을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벨라스케즈는 6회까지 책임졌다. 문현빈을 몸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잡는 등 삼자범퇴로 첫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총 투구수 79개로 최고 시속 152km, 평균 149km 직구(20개)를 비롯해 슬라이더(23개), 커브(22개), 체인지업(8개), 투심(5개), 스위퍼(1개) 등 6가지 구종을 고르게 던졌다. 공격적인 투구로 범타를 유도하며 한국에 온 뒤로 최고의 투구를 했다.
그러나 롯데 타선도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에게 막혀 무득점으로 끌려다녔고, 벨라스케즈는 첫 선발 무실점, 첫 퀄리티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노디시전으로 끝났다.
롯데로선 벨라스케즈가 이런 투구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롯데는 지난달 7일 시즌 10승을 거둔 좌완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며 메이저리그 통산 38승을 기록한 우완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당시까지 58승45패3무(승률 .563)로 1~2위 한화와 LG에 4경기차 뒤진 3위로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던 롯데는 더 높은 곳을 보며 외국인 투수 교체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벨라스케즈는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첫단추부터 잘못 꿰더니 부진을 거듭했다. 선발로 5경기 연속 집중타 맞으며 무너진 뒤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지만 3경기 연속 실점을 이어갔다. 마운드 붕괴 속에 롯데는 데이비슨 방출 후 8승27패3무(승률 .229)로 급추락했다. 데이비슨이 마지막 등판에서 승리를 거둔 다음날부터 12연패를 당했고, 무승부 두 번 포함 14경기에서 한 번을 못 이겼다.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한 채 9월에도 무너졌고,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 패배로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됐다.
벨라스케즈는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3이닝 무실점), 28일 잠실 두산전(⅓이닝 무실점)에 이어 이날 한화전까지 마지막 3경기 9⅓이닝 무실점으로 반등했지만 롯데의 가을야구가 물건너간 뒤였다. 마지막 3경기 호투에도 불구하고 벨라스케즈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11경기(6선발·35이닝) 1승4패 평균자책점 8.23 탈삼진 27개로 처참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롯데는 9회까지 한화와 0-0 동점으로 맞서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10회말 끝내기를 맞고 0-1로 패했다. 9회 1사 1,2루 끝내기 위기를 넘긴 마무리 김원중이 10회 멀티 이닝에 나섰지만 김태연에게 2루 강습 내야 안타를 맞은 뒤 최재훈에게 볼넷, 심우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손아섭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루이스 리베라토의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 끝내기 안타가 되며 0-1로 졌다. 1사 만루 끝내기 상황이라 내야가 전진 수비를 펼쳤고, 중견수 장두성이 전력으로 뛰어왔지만 타구는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3연패로 시즌이 끝난 롯데는 66승72패6무(승률 .478), 최종 순위 7위로 마무리했다. 지난해와 같은 7위(66승74패4무 승률 .471)로 승률만 소폭 상승하는 데 만족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