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대장’ 오승환(투수)이 은퇴 경기가 열리는 30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마주 앉았다.
오승환은 “오늘 너무 바쁘게 왔다 갔다 해서 정신이 없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시간이 정말 안 갔는데 어젯밤에 벌써 30일이 됐구나 싶었다. 오늘 야구장 로비에 지인들이 많이 온 걸 보고 은퇴 경기가 열린다는 게 실감 났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1층 주차장에 오승환을 위한 커피 트럭이 도착했다. 이에 “팬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끝까지 응원받고 가는구나 싶었다.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동안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팬들 덕분에 지금도 이렇게 이 자리에 있는 거로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오승환을 9회 기용할 뜻을 밝혔다. 꾸준히 몸을 만들어온 오승환은 “오늘 중요한 경기다. 은퇴 경기를 떠나 우리 팀이 시즌 내내 치열하게 해왔다.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경기 상황을 지켜보고 저는 마지막까지 평소에 하던 대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KIA 이범호 감독은 오승환이 등판할 경우 최형우를 대타로 내세운다고 했다. 레전드를 위한 마지막 배려. 오승환은 “마지막에도 안 맞아야 한다. 복귀 후 중요한 상황에서 형우에게 많이 맞았다. 설마 오늘까지 맞을까. 마운드에 서면 어떤 감정이 들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많이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은퇴를 경험한 동료들은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오승환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은퇴 발표 직후 연락을 많이 받았다. 은퇴 투어 중에는 따로 연락을 나눈 건 없다. 이대호는 분명히 울 거라고 했고 김태균과 정근우는 정말 고생했다고 이야기하더라. 추신수는 커피 트럭을 보내줬다. 너무 고맙다”고 답했다.
향후 계획에 대한 물음에 “아직 결정한 게 아무 것도 없기에 드릴 말씀이 없다.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 오늘까지는 그런 고민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한다”고 말을 아꼈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포수와 함께했던 그는 “그동안 너무나 좋은 포수를 만났다. 프로에 오자마자 진갑용 선배를 만났고 메이저리그에서는 몰리나와 함께 했다. 그리고 복귀 후 강민호와 호흡을 맞췄다. 좋은 포수들과 함께 하면서 제 구위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오승환은 ‘끝판대장’, ‘돌부처’, ‘돌직구’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렸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에 대해 “다들 비슷하고 좋은 느낌이다. 이미지에 맞게 잘 지어주셨다”고 했다.
은퇴 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무엇인지 물었다. 오승환은 “두산에서 주신 항아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산 사장님께 문구를 써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이틀 동안 고민하시다가 그 문구를 넣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은퇴사를 미리 준비했다고 밝힌 오승환은 “인터뷰하고 나면 후회되는 부분이 많이 남았다. 마음속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늘은 미리 써놓고 준비했다. 읽고 나서도 후회할 것 같긴 하다. 한 번 읽어봤는데 운동장에서 읽으면 다른 감정이 밀려올 것”이라고 했다.
550세이브 달성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승환은 “지금 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개인 기록보다 팀이 우선”이라고 힘줘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