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잡는 것 보고 싶다".
사령탑의 기대에 총알송구로 부응했다. 단 하나의 송구였지만 2026 시즌 1군 포수진에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는 신호이다. 개인적으로도 수 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힘차게 커리어를 이어갈 수도 이다. KIA 타이거즈 이적생 포수 주효상(27)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갈 것인지 관심이다.
지난 29일 NC 다이노스와의 광주경기에 선발포수로 이름을 넣었다. 지난 13일 2군에서 콜업을 받았다. 벤치에 대기하다 경기 막판 한준수 대신 안방을 이었다. 그러다 27일 광주 NC전에 선발포수로 나서 양현종과 호흡을 맞추었다. 이날까지 2경기 연속 선발마스크를 썼다.
한준수를 꾸준히 기용하다 변화를 준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예전에는 팔꿈치가 좋지 않아 도루를 많이 허용했다. 타석에서도 오른팔이 아파 스윙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퓨처스 포수를 계속 보면서 팔이 완전히 좋아졌다. 포수로 어떻게 하는 지, 또 도루를 잡는 것을 보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험무대에 오른 것이다. 3회 아찔한 실책을 기록했다. 0-1로 뒤진 가운데 1사2,3루 위기에서 투수 이의리가 박건우를 3루 땅볼로 유도했다. 3루수 박민이 볼을 잡자마자 홈에 뿌렸다. 그러나 주효상이 포구에 실패했다. 잡았다면 자동 태그가 되면서 아웃이었다. 뼈아픈 실점으로 이어지는 실책이었다.
그러나 도루를 저지해 실수를 조금이나마 만회했다. 1사후 16도루를 자랑하는 천재환이 안타로 출루하자마자 초구에 2루를 노렸다. 한재승의 직구를 잡자마자 2루에 총알송구를 했다. 정확하게 주자가 달려드는 위치에 배달해 아웃을 잡아냈다. 천재환의 스타트도 빨랐으나 빠른 팝타임으로 완벽하게 저지한 것이다. 감독의 기대에 정확히 부응하는 도루저지였다.
2016년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 포수였다. 키움에서 237경기를 뛰었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팔꿈치 수술까지 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KIA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당시 KIA는 주전포수 박동원이 FA 자격을 얻어 이적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키움에게 2024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주고 영입했다.
2023시즌 한승택과 안방을 책임졌으나 공수 모두 부진했고 결국 5월 2군으로 내려갔다. 팔이 아직 낫지 않은 탓도 있었다. 2024시즌은 아예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올해까지 2군생활이 길었다. 잊혀진 포수였으나 팔꿈치가 완쾌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모처럼 1군에 승격해 눈도장까지 받았다.

스윙도 날카롭다. 8타수 2안타, 타율 2할5푼이지만 야수 정면으로 가는 잘맞은 타구도 있었다. 올해 2군에서 2할7푼 5홈런 23타점 OPS .816 수준급 성적을 냈다. 이어 "지금 보니 경기를 충분히 잘 끌고 간다. 키움의 주전 포수였었고 경기를 많이 해본 친구이다. 충분히 자기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칭찬했다. 내년 포수진 구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주효상이 김태군-한준수 안방체제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