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정규시즌 우승에 1승만 남겨둔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지난 일주일 동안 팀 분위기가 매일매일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을 쳤다.
역대급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면서 연패 위기에 놓였으나, 다음 날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 시켰다. 어이없는 실수로 빈 글러브 태그의 촌극을 벌이며 역전패, 1위 경쟁이 미궁에 빠질 뻔 했는데, 다음 말 1회 빅이닝으로 웃을 수 있었다. 매직넘버 ‘1’을 남겨두고, 우천 취소로 인해서 상대 선발투수가 리그 최강 에이스에서 대체 선발로 바뀌었다.
LG는 지난 21~23일 사흘 동안 경기가 없어 푹 쉬었다. 2위 한화 이글스에 3경기 앞선 상황이었다. LG는 24일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와 경기를 치렀다. KBO 불명예 신기록 2개를 만들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5-3으로 앞선 6회말 LG는 이정용, 함덕주, 백승현, 이지강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역대 최초로 7타자 연속 4사구, 6타자 연속 밀어내기 실점을 하며 5-10으로 역전패했다. 이정용이 2사 2,3루에서 교체됐고, 이후 투수 3명이 볼넷-밀어내기 볼넷-밀어내기 볼넷-밀어내기 볼넷-밀어내기 사구-밀어내기 볼넷-밀어내기 사구를 허용했다.

LG가 패배하면서 한화와 승차는 2.5경기 차로 줄어들었다. LG는 패배 후 울산으로 이동, 25일 롯데 자이언츠와 맞붙었다. LG는 당시 ‘가을야구’ 탈락의 벼랑 끝에 몰린 롯데 상대로 11-1로 크게 승리했다. 롯데 수비가 만루에서 치명적인 수비 실책을 2차례나 하면서 자멸했고, LG 타선이 11안타를 폭발시켰다.
염경엽 감독은 다음 날 “중요한 시기에 (NC전 역전패가) 치명타가 될까 싶었다. 롯데와 경기가 진짜 중요했다. 진짜 잠을 못 잤다. 거의 한국시리즈 7차전하고 똑같다고 생각했다”며 “한화가 두산에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고) 승차 1.5경기 차와 (이겨서) 2.5경기 차는 한화전을 앞두고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다”고 위기의식과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그런데 한화가 25일 두산 베어스에 0-7로 완패하면서, 1~2위 승차는 3.5경기 차로 벌어졌다. 매직넘버를 단숨에 '3'까지 줄인 LG의 우승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LG는 26~28일 한화와 3연전에서 1승만 거둬도 우승이 유리한 상황이 됐다.

LG는 26일 대전에서 한화에 1-4로 역전패했다. 과정이 안 좋았다. 1-0으로 앞선 7회말 수비에서 포수 박동원이 어처구니 없는 빈 글러브 태그 실수를 하면서 동점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후 3점을 내리 허용하며 1-4로 패배했다.
1사 2,3루에서 번트 땅볼 타구가 투수에 잡혔다. 3루주자가 협살에 걸려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 3루주자 노시환이 주루를 포기하는 듯 연기를 펼쳤고, 방심한 박동원 앞에서 환상의 유로 스텝으로 태그를 피해 득점을 올렸다. 노시환은 “일부러 포기하는 것처럼 연기를 해서 방심을 유도했다”고 즐거워했는데, 경험 많은 박동원이 중요한 경기에서 방심하다 된통 당했다.
승차는 2.5경기 줄었고, 1승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염경엽 감독도, 한화 김경문 감독도 3연전에서 1차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시리즈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염경엽 감독은 “투수가 맞아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기다가 (불펜이) 블론을 하거나 분위기를 내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 딱 그런 상황으로 1차전을 패배했다. 자칫 3연전 스윕을 당하면, 0.5경기 차이로 줄어들 수 있었다.

LG는 27일 한화와 2차전에서 9-2로 승리하면서 흐름을 다시 바꿨다. 1회초 한화 선발 문동주를 난타하며 6득점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전날 경기에서 태그 실수를 한 박동원은 문동주 상대로 투런 홈런을 터뜨려 만회했다. 문동주는 1회 2아웃만 잡고 조기 강판됐다. LG는 3경기를 남겨두고 매직넘버 ‘1’을 만들었다.
염경엽 감독은 다음 날 28일 취재진 브리핑에서 “1차전 경기가 엄청 타격이 큰 경기였다. 정말 중요한 시리즈인데 첫 경기가 그렇게 되면서, 역시 쉽지 않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잠을 못 잤다.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어제 말은 못했지만 전전긍긍하면서 경기를 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3년 경험을 쌓으면서 멘탈이 많이 강해졌구나를 느끼게 해줬다”고 안도했다.
이어 "어제 경기를 넘겨줬으면 내 경험상 뒤집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다시 올라왔다.

LG는 28일 한화와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오후 2시 경기를 오후 3시로 1시간 지연 시작을 준비했는데, 심판진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취소시켰다. 취소된 경기는 예비일로 잡아둔 29일 열린다. 우천 취소 후 한화는 29일 선발투수를 폰세가 아닌 정우주로 예고했다. 28일 선발투수로 예고됐던 폰세가 29일에는 던지지 않는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28일 경기 전 취재진 인터뷰에서 만약 우천 취소가 되면 29일 선발투수는 “폰세가 마지막으로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30일 롯데와 홈 최종전에는 와이스가 선발 투수라고 언급했다. 홈팬들 앞에서 원투 펀치를 내세워 좋은 경기를 선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폰세는 28일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등판 준비를 마쳤는데 우천취소가 되면서 29일 등판은 힘들게 됐다. 폰세는 올해 리그 최강의 선발투수다. 28경기에 등판해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 242개를 잡아내며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폰세 대신 신인 정우주가 선발투수로 던진다. 올해 49경기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로는 지난 15일 키움전에 유일하게 한 차례 등판해 2⅓ 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LG전 성적은 6경기 3⅔이닝 평균자책점 7.3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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