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잠도 못 자고, 고민 많이 했는데…”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충격패를 극복하고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2019년 SK(현 SSG) 사령탑 시절 시즌 마지막 날 1위를 빼앗긴 ‘트라우마’가 있는 염경엽 LG 감독도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LG는 지난 27일 대전 한화전을 9-2로 승리했다. 2위 한화와의 격차를 3.5경기로 벌린 1위 LG는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1’만 남겼다. 28일 대전 한화전을 승리하거나 무승부만 해도 우승 축포를 터뜨릴 수 있다.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 나선 염경엽 감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염경엽 감독은 “어제(27일) 정말 말은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경기했다. 이번 시리즈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첫 경기가 그렇게 됐다. 타격이 엄청 큰 경기였다. 내 인생이 편한 적은 없었지만 ‘역시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저녁에 잠도 못 자고, 이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고민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LG는 3연전 첫 경기였던 지난 26일 한화전에서 1-4로 역전패했다. 1-0으로 앞선 7회말 포수 박동원이 런다운에 걸린 3루 주자 노시환의 페이크 동작에 속아 빈 글러브 태그를 하는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했고, 한화가 여세를 몰아 4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역전승했다. 치명적인 실수로 경기를 내주며 한화에 2.5경기 차이로 쫓겼고, LG 선수단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27~28일 경기까지 다 졌으면 0.5경기 차이가 되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7일 경기에서 LG는 1회 시작부터 한화 선발 문동주를 무너뜨렸다. 빈 글러브 태그로 체면을 구겼던 박동원이 쐐기 투런 홈런을 폭발하는 등 1회에만 타자 일순으로 8안타 6득점을 몰아치며 문동주를 강판시켰다. 한화의 추격 흐름도 확 꺾였고, LG는 9-2로 여유 있게 승리하며 큰 고비를 넘겼다.

2019년 SK 시절 두산에 따라잡힌 악몽이 있는 염경엽 감독의 중압감도 상당했다. 염 감독은 “엄청 쫓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제 경기 졌으면 내 경험상 정말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며 “선수들이 3년 동안 쌓아온 경험, 그런 것들이 멘탈적으로 많이 강해졌다는 걸 느끼게 해준 경기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1회부터 6점을 뽑았다. 팀 전체에 여유를 만들어준 1회 빅이닝이 저한테도, 선수들한테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어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
26~27일 한화전에서 요니 치리노스(6⅓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1자책점), 앤더스 톨허스트(6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가 나란히 퀄리티 스타트로 호투한 것도 향후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상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염 감독은 “이번 시리즈는 선발 싸움이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지든 이기든 선발 싸움이 안 되면 포스트시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화를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면) 선수들이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치리노스도, 톨허스트도 6회까지 한화 타선을 봉쇄했고, 우리가 시리즈 가서도 선발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선수들이 불안함보다 긍정적인 요소를 갖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편 LG는 이날 한화 우완 선발투수 코디 폰세를 상대로 홍창기(지명타자) 신민재(2루수) 오스틴 딘(1루수) 김현수(좌익수) 문성주(우익수) 구본혁(3루수) 오지환(유격수) 박동원(포수) 박해민(중견수) 순으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우완 임찬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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