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1261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KBO리그 10개 구단이 11라운드까지 지명을 했고, 총 110명이 프로 입단 기회를 받았다.
1라운드의 영광도 있었고, 극적으로 11라운드에 지명을 받은 이도 있다. 들어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나갈 때는 순서가 없다. LG 문성주(10라운드), LG 송승기(9라운드), KIA 김호령(10라운드), KIA 성영탁(10라운드)은 하위라운드에 지명받았지만 스스로 길을 개척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24일 창원NC파크에서 드래프트에서 뽑은 신인 13명(지명권 트레이드 2장)과 부모님 등 가족을 초청해 드래프트 데이 행사를 열었다. 5회 클리닝 타임 때 신인 선수들이 응원단상에 올라 팬들 앞에서 소개 인사를 했다.
11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장충고 투수 손민서는 “많은 팬들 앞에서 떨렸다. 제가 마지막 순서라 좀 잘하려고 했는데, 조금 더듬었다”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드래프트 당시 살 떨렸던 심정을 물었다. 손민서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중계를 보고 있었다. 거의 안 보고 소리만 들었다. 라운드가 계속 되면서 옷으로 눈을 가리고, 천장 보다가 소리만 듣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9라운드에 김명규(장충고)가 먼저 불렸다. 거의 2시간 동안 엄마 아빠가 말이 없었는데, 장충고 하는 순간에 셋 다 고개를 들고 봤는데, 장충고 김명규였다. 고개를 떨궜다가 11라운드에 장충고 투수 손..하자마자 바로 다같이 소리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손민서는 올해 16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했다. 56이닝을 던져 37피안타 9볼넷 7사구 56탈삼진을 기록했다. WHIP는 0.84. 기록은 상당히 괜찮다. 11라운드까지 밀린 것이 다소 의아했다.
장충고 투수 3총사 중에서 에이스 문서준이 미국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했고, 손민서는 NC 11라운드, 김현수는 롯데의 1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손민서는 “뒷순위에 불리든 앞순위에 불리든 일단 들어온 거에 대해서 감사하다.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자신의 투구 스타일을 묻자, 손민서는 “사이드암인데 스리쿼터에 가깝다”고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나왔다. 이어 “직구 보다 투심 비율이 높다. 땅볼 유도를 잘 하는 것 같고, 타자와 승부를 절대로 안 피하는 스타일이다. 변화구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던진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고 당차게 소개했다.
앞으로 프로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을까. 손민서는 “팬분들에게 좀 지루하지 않는, 빠른 템포로 던지고, 절대 안 피하는, 계속 승부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런 야구를 하고 싶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닮고자 하는 롤모델 선수가 있는지 물었다. 손민서는 “메이저릭그의 스펜서 스트라이더, 그 선수 영상을 좀 많이 보고 참고했다. 제가 아무래도 피지컬이 좀 작다 보니까 국내에서도 피지컬 작으시면서 성공한 선수들도 많지만 스트라이더, 마커스 스트로먼도 많이 보면서 따라했다”고 말했다.
2학년 때 직구 구속이 138km 정도 나왔다고 한다. 손민서는 “구속이 별로 안 나와 고민이었는데, 3학년 올라오면서 그 선수들(스트라이더, 스트로먼) 투구 동작을 보면서 다리와 팔 움직임을 자세히 봤다. 저한테 좀 적용하려 했고, 아무래도 피지컬이 다르니까 약간 저한테 맞출 수 있게 응용하면서 해봤다”고 말했다. 3학년 때 최고 구속이 147km까지 늘어났다. 10km 가까이 빨라진 것.
손민서는 NC 선배들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 그는 “김진호 선배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구요. 체인지업 좋으신 분들이 많아서, 체인지업을 좀 배우고 싶어요. 류진욱 선배님의 스플리터,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그런 구종을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손민서는 “오늘 야구장 오니까 빨리 팀에 합류하고 싶고, 우리 친구들이 모두 그럴 것 같다. 더 노력해서 빨리 마운드에서 공 던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내년 시즌 목표는 당연 1군 데뷔다. 손민서는 “내년에 하반기에는 한 경기, 내년에 일단 1군에서 던져보고 싶어요. 제가 기회를 잡아야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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