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의 벽 넘었다…'아픈 손가락'에서 '대기만성' 희망이 된 9년차 윤성빈, "야구 제대로 한 첫 해"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5.09.27 11: 10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9년차 파이어볼러 윤성빈(26)은 지난 6월 중순, 투구폼과 힘의 활용과 관련해서 “몸의 힘을 더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제 투구폼이 완전히 정립 되고 1군에서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던지면 160km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공언은 틀리지 않았다. 윤성빈은 3개월 만에 160km의 벽을 넘어섰다. 이제 롯데의 ‘아픈 손가락’이 아닌, ‘대기만성’ 선수의 희망으로 거듭났다. 윤성빈은 홈 최종전에서 모두의 박수를 받고 인정을 받을만한 피칭을 선보였다. 올 시즌의 축약판과도 같은 피칭이었다.
윤성빈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팀의 10-9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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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박준우가 2회 2사까지 2실점을 기록했고 2사 1,2루 추가 실점 위기 상황에서 윤성빈이 호출을 받았다. 윤성빈은 첫 타자 디아즈를 상대했다. 2구째에 포일이 나오면서 2사 2,3루가 됐고 디아즈는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에서 본격적으로 승부를 시작했다. 김영웅을 상대로 패스트볼과 포크볼 조합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2B-2S 상황을 만들었고 5구째 159km 패스트볼을 꽂아 넣으며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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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에는 이성규를 유격수 뜬공, 김지찬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성규와 김지찬을 상대로 던진 10개의 공 모두 패스트볼이었다. 그리고 김지찬을 상대로 던진 6구째 160km가 찍혔다. 이 공은 구단 트랙맨 데이터에 의하면 159.6km였고 반올림돼서 160km가 기록됐다. 이후 강민호를 상대로는 포크볼 3개를 던져 3구 삼진을 솎아냈다. 
그리고 4회초, 윤성빈은 진정한 160km를 던졌다. 2B-1S에서 던진 4구째 몸쪽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는 공이었고 이 공은 트랙맨 측정 160.2km의 초강속구였다. 진정한 ‘160km 클럽’에 가입했다.
비록 류지혁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이재현을 삼진, 김성윤을 유격수 뜬공, 구자욱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4회를 넘겼다.
5회에는 선두타자 디아즈에게 중전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김영웅과 이성규를 연달아 3구 삼진으로 잡아내 2아웃을 만들었다. 하지만 김지찬에게 우전안타, 강민호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공을 정현수에게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정현수가 류지혁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 위기를 극복했다. 윤성빈도 무실점 피칭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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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윤성빈은 비로소 1군 전력의 전면에 나섰다. 2군에서 쾌조의 페이스를 보여주면서 1군 기회를 기다렸고 5월 20일 사직 LG전 선발 등판했다. 그런데 1이닝 9실점, 4사구 7개를 헌납하며 좌절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는 듯 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포기하지 않았고 2군에서 불펜 투수로 재정비, 다시금 기회를 받았고 후반기부터 1군에서 완주했다.
2017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2018년 데뷔한 윤성빈. 올해로 9년차인데, 비로소 1군에 정착했다. 올해 30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7.71(25⅔이닝 22자책점), 탈삼진 42개, 볼넷 18개를 기록했다. 제구 문제도 불펜으로 전환한 이후 개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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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선발 등판 경기 때문에 평균자책점이 7점대지만, 불펜으로만 한정 지을 경우 평균자책점은 4.74로 떨어진다. 9이닝 당 탈삼진은 14.59에 달할 정도로 위력 적이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15.4%(13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삼진이 필요할 때 윤성빈은 중용 받았고 1군 완주에 성공했다. 윤성빈은 이날 등판이 끝나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올해가 야구를 제대로 한 첫 해였던 것 같다. 제구가 좋지 않음에도 믿고 등판시켜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투수 코치님들도 늘 저에게는 쓴소리보다 힘이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그 배려를 잊지 않고, 마운드에서 보답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60km 구속에 대해서는 “오늘 마운드에서 구속이 나온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홈 최종전 꼭 이기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몸에 전달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윤성빈은 여전히 결연하다. 가을야구 확률도 산술적으로 소멸되지 않았다. 그는 “홈 경기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남은 원정 경기가 있다.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아직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게 남았다는 윤성빈이다. 김태형 감독도 내년에는 윤성빈을 좀 더 중요한 상황에서 중용하겠다고 공헌했다. 그는 “올해는 어떤 해보다 뜻 깊은 해이다. 지금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앞으로 매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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