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2669명의 만원관중이 환호한 짜릿한 대타 역전 그랜드슬램.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짜릿함 보다는 팀의 현재 상황을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최고참격 베테랑 선수로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민성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3-5로 뒤진 7회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이승현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대타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10-9의 진땀나는 승리를 거뒀다.
7회 2사 만루 정보근의 대타로 등장한 김민성이다. 이승현과 8구 접전의 승부를 펼쳤고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36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개인 통산 6번째 만루포이자 대타 만루 홈런으로는 첫 번째.
이날 홈 최종전을 맞이해 2만2669명의 만원관중이 들어섰다. 모두가 환호했다. 하지만 당사자 김민성의 감정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는 “넘어갔는데,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아서 미치겠다는 것보다는 그냥 그랬다”면서 “안도감도 들었지만 팀의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도 생각났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좀 느껴젔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래도 일단 홈 최종전은 승리로 장식했다. 그리고 희박한 가을야구 진출 확률도 이어갔다. 이날 KT가 SSG에 패하면서 롯데는 기적적인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붙잡았다. 그는 “일단 홈 최종전에 많은 팬들이 오셨고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마지막 경기를 팬분들에게 승리로 가져다 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선수들의 몫이다. 순위가 정해지던 아니던, 탈락을 했던지 어느 순위에 있던지 마무리까지 잘해야 하는 게 선수들의 몫이다. 선수들도 다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 저 또한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희박하게 남아있지만, 말 그대로 희박하다. 사실상 탈락에 가깝다. 8월 초까지 3위를 유지하며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런데 거짓말 같은 12연패에 빠지며 추락했고 이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코어로 등장한, ‘윤고나황손’으로 대표되는 젊은 선수들은 한 번 슬럼프에 빠지더니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스텝업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되려 개인적인 욕심에 의해 개인과 팀을 모두 더 수렁에 빠뜨리기도 했다. 투수진도 외국인 투수 교체라는 승부수가 실패하면서 최악의 결과와 마주했다. 8월부터 롯데는 투타 부조화의 시간이 계속됐다.

베테랑 김민성의 눈에는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아쉬움을 생각하면 끝이 없다. 줄줄이 아쉬운 것만 얘기하게 된다. 어떻게 시즌이 끝날지 모르겠지만 실패한 것은 깔끔하게 실패한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도 따지면 안된다. 나 역시도 부족한 면이 있었고 선수 개개인마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년 시즌 준비를 잘 했으면 좋겠다. 올해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르게 잡고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의 실패와 추락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고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개개인마다 부족한 것들, 팀 플레이의 부족한 것, 왜 연패를 했는지 등을 모두 리마인드 해서 겨울에 기술 뿐만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완벽하게 돌아와야 내년에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쓴소리를 했다.
지금의 실패가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 이상의 실패를 원하지 않는 건 김민성도 마찬가지고 더 간절하다. 그는 “한 번 무너지고 다져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일단 어린 선수들, 실패를 통해서 주전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개개인이 실수를 했을 때 그때는 ‘괜찮다’ 하고 넘어가야 하지만, 플레이가 끝나면 실수를 했고 나 때문에 팀이 졌으면 그 다음날 경기까지 생각해야 한다.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44경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 이 점을 반드시 아는 게 필요한 것 같다”며 “플레이 할 때는 넘어가고 빨리 잊어야겠지만 내가 실수하고 실패했던 것을 그 다음날까지 계속 생각하고 나와야 한다. 몸은 쉬지만 머리나 마음적으로는 계속 생각해야 개인의 플레이는 물론 팀적으로도 좋은 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지금의 실패를 모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가볍게 넘어가면 또 다시 반복된다는 게 김민성의 생각이다. “선수들에게 정말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정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실패를 한 번 더 하면 번명이 이제는 필요가 없다. 비시즌 어떻게 준비할 지 모르겠지만 휴식 기간이 끝난, 12월에 자율 훈련 기간이지만 전체적으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다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재차 짚었다.
모두가 만족스럽지 않은 시즌, 베테랑은 기쁨보다 반성의 목소리를 먼저 내뱉었다. 그리고 롯데의 발전을 위해 마음 깊은 곳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민성은 마지막까지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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