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노시환의 환상적인 연기와 상대 허를 찌르는 홈 주루플레이가 1~2위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한화는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4-1 역전승을 거뒀다. 4번타자 노시환은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멀티 히트보다 1득점이 역대급 플레이었다.
한화는 선발 류현진이 6회 오스틴의 솔로 홈런을 맞아 0-1로 끌려갔다. 7회초 한화의 공격. 1사 후 노시환의 안타, 채은성의 좌중간 안타와 좌익수 김현수의 송구 실책으로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LG는 선발 치리노스에 이어 김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주석이 기습 번트를 시도했는데 투수 정면으로 굴러갔다. 투수가 잡았고, 3루주자 노시환이 협살에 걸렸다.
노시환이 홈으로 들어오다가 자포자기한 듯이 터벅터벅 걷다가, 포수 박동원이 태그하려하자 갑자기 몸을 옆으로 피하고 홈으로 들어왔다. 박동원이 태그를 했는데, 빈 글러브 태그였다.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한화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박동원이 오른손에 공을 쥔 채, 왼손으로 빈 글러브로 노시환을 태그했다. 세이프로 번복돼 1-1 동점이 됐다. 박동원의 어이없는 실책, 노시환이 상대 허를 찌르는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가 단숨에 한화쪽으로 넘어갔다.
1사 2,3루에서 경기가 재개됐다. 대타 이도윤이 나와 우선상 안타를 때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3-1로 역전. 대타 손아섭이 우전 안타로 1사 1,3루 찬스를 만들었고, 심우준이 1루쪽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1루수 오스틴이 글러브 토스를 했으나 공이 빠지면서 홈에서 세이프됐다. 한화가 4-1로 달아나 승리했다.
경기 후 노시환은 7회 상황에 대해 “뭔가 상황이 빈 글러브로 태그한 것 같더라. 느낌이 그래서, 심판에게 빈 글러브다, 공이 아예 없다 그러니까 태그가 됐다고 하더라. 계속 태그는 됐는데, 공이 없다고 얘기하니까 감독님이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노시환이 홈으로 뛰다가 주루를 포기하는 듯이 속도를 늦추고 실망한 표정 연기가 밑밥을 깔았다. 노시환은 “계획한거다. 이제 표정까지 그렇게 해서, 조금의 빈틈이 보인다면 저는 파고들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부러 그냥 포기하면서 나 이제 죽여라 하는 척하면서 페인팅을 준 거죠. 끝내기 보다 기분 더 기뻐요”라고 웃었다.
비디오 판독하고 세이프 되는 순간 더그아웃 분위기는 어땠을까. 노시환은 “난리가 났죠. 진짜 무슨 만루 홈런 친 줄 알았어요”라며 웃으며 “주루 플레이지만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것 같아서 홈런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디오판독으로 득점으로 번복되자, LG 염경엽 감독이 나와서 심판진에게 스리피트 위반을 어필했다. 노시환은 “최대한 안 벗어나는 선에서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한 발짝만 주고, 다 계획대로 했다”고 말했다.
연기 연습을 따로 했냐고 농담 섞인 묻자, 노시환은 “원래 연기를 좀 잘해서... 항상 이렇게 좀 상상을 하곤 하는데 쉬운 게 아니에요. 막상 그 상황에서 갑자기 이렇게 떠오른 거죠. 상대한테 방심을 일부러 좀 주고, 원래 그냥 이렇게 태그당하고 나가잖아요. 그런데 저는 일부러 ‘그냥 죽여라’ 하는 척하면서 방심을 좀 유도했죠”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노시환에게 베테랑 박동원이 제대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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