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는 왜 가을야구에 실패했을까.
KIA 타이거즈가 5강에서 탈락했다. 5위를 달리는 KT 위즈는 2025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25일 인천경기에서 10-1로 크게 이겼다. 이날 경기가 없는 KIA는 KT와 승차가 6경기 차로 벌어졌다. KT가 남은 4경기에 다 패하고 KIA가 남은 6경기를 다이겨도 승률에서 미치지 못한다. 작년 영광의 우승팀이 5강 탈락의 굴욕을 당한 것이다.
타이거즈 역사상 우승하고 이듬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것은 세 번 있었다. 1983년 창단 첫 우승을 하고 이듬해 5위로 떨어졌다. 당시는 6개 구단 체제였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에이스 한 명이 부진하면 성적이 곤두박칠 치던 시대였다. 20승 투수 이상윤이 부진했었다. 이어 1996년과 1997년 2연패를 달성하고 1998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는 모그룹 부도로 운영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간판타자 이종범을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 보내면서 전력에 치명상을 입었던 측면이 컸다. 2009년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후 5위에 그쳤다. 11번째 2017년 우승한 이후에도 힘겨워도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해 체면을 세웠었다.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절대 1강이라는 평가속에 출발하고도 8위까지 떨어졌다. 타이거즈 44년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를 썼다.

분명한 것은 모든 부문에서 작년 우승에 취해 제대로 준비를 못한 측면이 컸다. 우승하자마자 구단과 선수들은 2연패를 모두 외쳤다.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까지는 장밋및 전망이 나왔다. '최강을 넘어 극강'이라는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진단을 손사래 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구단 프런트,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선수들까지 너무 안일했다.
구단은 2연패를 외치면서도 가장 중요한 전력강화를 하지 못했다. 외부에서 보강을 못햇고 우승 필승맨 장현식을 FA 시장에서 유출당했다. 대안으로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데려와 공백을 메우는 듯 했으나 후반기 들어 위용을 잃었다. 우승 외인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전격 방출하고 메이저리그 88홈런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했다. 33홈런을 때리고도 삼진 3위 불명예를 당하며 타선에 주름살을 깊게 했다.
타자들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작년 3할의 초강력 타선은 2할대 초반의 솜방망이 타선으로 전락했다. 최형우를 제외하고 훈련이 부족한 모습이었고 고스란히 투수진에 부하가 몰렸다. 물론 작년 리그를 지배했던 MVP 김도영의 세 번에 걸친 햄스트링 부상이 결정타였다. 김선빈과 나성범까지 종아리 부상으로 장기이탈했다. 세 선수는 핵심 자원들이다. 10년 넘게 든든하게 버티는 양현종처럼 치밀하게 자기 관리를 못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범호 감독은 작년 지휘봉을 잡자마자 막내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동생 같았던 선수들과의 친화력이 커다란 동력이었다. 올해도 선수들의 능력을 믿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선수들을 자극하지 못했던 측면도 컸다. 그래도 6월부터 백업선수들과 함평 전력을 두루 기용하며 한때 2위까지 올랐다. 기세를 잇지 못하고 후반기 연전연패하며 8위까지 떨어졌다. 위기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리더십이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비난의 화살이 이범호 감독에게 꽂히고 있지만 한 곳만의 잘못이 아니다. 구단 프런트, 코치진, 선수들 가운데 한 곳이라도 제대로 능력을 발휘했다면 타이거즈 역사상 최대의 굴욕은 없었다. 작년에는 세 부문 모두 최상의 기능을 했기에 우승했다. 이제 '최강기아'를 목놓아 외쳤던 팬심은 분노로 가득하다. 이번의 샐패를 거울삼아 구단, 코치진, 선수들이 심기일전해 내년 명예회복을 해야 팬들의 마음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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