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공식이 연달아 어긋났다. 롯데의 승리는 무산됐고 올해 운명을 가를 최후의 일주일도 최악의 시작이었다. 5강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롯데는 23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2-4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리드를 잡고도 가장 믿을 수 있는 필승조 카드들이 연달아 무너졌다. 5할 승률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뼈아픈 패배와 마주했다.
이날 롯데는 선발 박세웅이 모처럼 안정적인 호투를 펼쳐나갔다. 3회초 2사 후 오영수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박건우에게 우중간 적시 2루타를 허용해 선제 실점 했지만 4회말 2사 2루에서 터진 전준우의 좌전 적시타로 1-1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6회말 윤동희가 2사 후 우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2-1로 리드를 잡았다.
롯데는 일단 6회부터 빠르게 불펜을 가동했다. 선발 박세웅을 6회 1사 1루 상황에서 내리고 최준용을 투입했다. 박세웅은 5⅓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의 괜찮은 피칭 내용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교적 타구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피안타가 많았지만 최소 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6회 1사 1루에서 등판한 최준용도 첫 타자 이우성을 삼진 처리했고 서호철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2사 1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휘집 타석 때 폭투성 공을 포수 정보근이 잘 걷어낸 뒤 2루에 도전하던 서호철을 저격, 6회를 넘겼다. 6회 공격에서 윤동희의 솔로포가 터졌고 7회 최준용이 리드를 안고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러나 리드가 오래가지 않았다. 최준용은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초구를 던지다 좌전 안타를 맞았다. 김형준을 빠르게 희생번트로 처리, 1사 1루가 됐고 김한별 타석에 들어온 대타 김주원을 상대로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해 2사 2루를 만들었다. 최원준을 상대로도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그런데 4구째 150km 패스트볼이 바깥쪽 가운데로 형성되면서 최원준의 배트에 걸렸고 동점 좌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지만 내야를 빠져나가는 코스였다. 이후 오영수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면서 2-2 동점으로 이닝을 끝냈지만 롯데로서는 필승카드 1장이 허무하게 소모됐다.
2-2 동점이던 8회 필승카드 정철원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볼넷, 데이비슨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번에는 운이 따랐다. 천재환의 보내기 번트 타구가 포수 정보근 앞에 떴고 충돌이 벌어졌다. 정보근이 타구를 잡지 못했지만 수비 방해가 선언되며 1사 1,2루에서 상황이 이어졌다. 서호철은 1루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2사 2,3루가 됐다.

이날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던 김휘집을 상대했다. 앞서 최준용과 마찬가지로 정철원은 위기에서도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슬라이더 3개로 1볼 스트라이크를 만들었고 4구째 회심의 슬라이더를 하나 더 던졌다. 그러나 바깥쪽 존을 스치지 못하며 ABS가 울리지 않았다. 정철원과 정보근은 삼진을 확신했지만 아니었다.
결국 승부가 이어졌고 5구째 다시 한 번 던진 슬라이더가 실투였다. 높은 코스로 풀려서 들어갔고 김휘집의 배트에 걸렸다. 역시 정타는 아니었지만 타구는 유격수 키를 넘겨서 외야로 뻗었고 역전 2타점 적시타가 됐다. 2-4로 경기가 다시 뒤집어졌고 롯데는 2점의 격차를 따라갈 타선의 힘이 없었다.
9월 잔여경기 일정에서 사실상 접전 상황에서 매번 등판하는 최준용과 정철원이다. 그러나 결과가 항상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승부수가 패착이 되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9월 이후 최준용은 7경기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7.00(9이닝 7자책점), 정철원도 6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5.68(6⅓이닝 4자책점)에 그치고 있다. 힘에 부치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결국 롯데도 9월 3승 8패에 그치며 좀처럼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선발진 자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불펜진도 연쇄적으로 흔들리고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는 상황.
같은 시각, 5위 경쟁을 펼치는 KT와 삼성은 각각 키움과 두산을 잡아내며 승리했다. 가을야구를 앞둔 최후의 일주일 시작이 악몽 같다. 롯데의 5강 확률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5위 KT와 2.5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