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골반에 맞았는데 엄청 아팠어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김종수(31)는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아찔한 상황을 맞이했다. 무사 1루에서 롯데 타자 한태양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골반을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맞고 튄 타구를 포수 최재훈이 빠르게 잡고 1루로 러닝 스로하며 아웃을 잡았지만 김종수는 통증으로 마운드에 잠시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내 일어서서 괜찮다는 사인을 보낸 김종수는 양상문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가 지켜보는 앞에서 연습 투구를 한 뒤 경기를 이어갔다. 1사 2루에서 손성빈, 정훈을 연이어 3루 직선타로 처리하며 1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골반에 피멍이 들 정도로 충격이 있었다.
19일 수원 KT전이 우천 취소된 뒤 만난 김종수는 “피멍이 세게 들었다”며 웃은 뒤 “통증이 있었지만 제가 맡은 이닝은 제가 끝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거기서 갑자기 아프다고 내려가면 뒤에 투수가 또 나와야 했다. 엄청 아팠지만 제가 끝내고 싶었다. (최)재훈이 형이 (골반을) 맞고 튄 공을 아웃시켜줘서 엄청 고마웠다. 덕분에 더 힘내서 던졌다”고 돌아봤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과 뼛조각 제거술을 2번씩, 총 4번이나 팔꿈치에 칼을 대고 기나긴 재활을 딛고 돌아온 ‘인간 승리’ 김종수에게 피멍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에겐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60경기가 있었다. 지난 18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60경기째 등판으로 목표를 이뤘다. 이날 60이닝까지 채우며 커리어 첫 60경기-60이닝을 돌파했다. 종전 2020년 54경기 50이닝이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김종수는 “매년 50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60경기는 처음 해봤다. 제가 생각한 한계점이 깨진 것 같아 기분 좋다.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은 것이 모든 선수의 욕심이다. 경기수가 무작정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프지 않고 팀에 도움이 계속 되고 있다는 거니까 좋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23년 3월 시범경기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낀 뒤 뼛조각 수술과 재활로 2년간 1군 등판 기록이 없던 김종수는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60경기 4승5패4홀드 평균자책점 3.30 탈삼진 56개를 기록 중이다. 팀이 이기든 지든 상황을 가리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호출을 받고 있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는 날은 빠르게 준비해서 멀티 이닝을 던지기도 하고, 뒤지고 있을 때 추격조로 투입되기도 한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필승조로 던진 경험이 있는 선수라 올해 필요할 때 얼마든지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해주고 있다. 칭찬해줘야 한다”고 김종수를 치켜세웠다.
김종수는 “어느 팀이든, 특히 상위권 팀에서 누군가 해줘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타이트할 때 필승조들이 매 경기 많이 던져주니까 저나 (조)동욱이나 다른 투수들이 해줘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필승조들도 힘을 낼 수 있다. 이게 제 일이라 생각하고 항상 나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공을 던지지 않고 있더라도 몸을 계속 움직이고, 스트레칭하면서 언제든 나갈 준비를 한다. 불펜에 전화가 오면 바로 몸을 풀고 나갈 수 있는 상태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잠실 LG전이 그런 경기 중 하나였다. 당시 선발 엄상백이 1이닝 만에 강판되고, 3번째 투수로 3회 투입된 김종수가 4이닝을 책임지며 1실점으로 막았다. 경기는 이미 LG 쪽으로 넘어갔지만 김종수가 긴 이닝을 끌어주면서 한화 마운드에 숨통을 틔웠다. 당시 4이닝과 함께 투구수 70개는 개인 최다 기록.

김종수는 “생각해보면 그 경기가 저한테 변곡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많은 공을 던진 게 처음이었는데 무작정 세게 던져 타자를 잡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주로 1~2이닝만 던진 김종수에게 4이닝은 첫경험이었고, 어느 정도 강약 조절을 하면서 투구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날부터 15경기(19⅔이닝) 1승1홀드 평균자책점 1.83 탈삼진 19개로 확 좋아졌다.
하지만 김종수는 “뭔가 조금 알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면 항상 안 좋아지더라.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야구한테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아직 한참 멀었다”고 손사래치며 “우리 팀 투수들이 너무 좋으니까 제 자리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긴장한다. 올해도 그렇고, 내년도 그렇게 경쟁해야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생애 첫 가을야구도 눈앞에 왔다. “엔트리에 들어야 그렇게 되겠죠”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은 김종수는 “2018년에는 마지막 경기까지 엔트리에 있었지만 시즌 끝나고 바로 일본 교육리그로 넘어갔다. 가을야구에 나가면 처음인데 재미있을 것 같다. 긴장도 하겠지만 그런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게 특권이다”며 기대했다. 오는 11월말 결혼 예정인 김종수에게 여러모로 아름다운 가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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