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부족해 감정이 복받쳤다".
지난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도중 KIA 더그아웃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한화 4회초 공격이 끝난 직후에 이범호 감독이 포수 한준수를 질책을 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한준수는 앉아서 눈물까지 흘렸다. 경기중에 흔치 않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4회초 2사후 노시환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예측됐다. 더욱이 앞선 2경기에서도 각각 투런홈런을 맞았다. 모두 직구계열의 볼배합을 하다 맞았다. 19일 챔피언스필드에서 훈련을 펼치던 이 감독과 한준수에게 이유를 들었다. 예상대로 볼배합을 지적했고 한준수는 공수부진과 팀 연패의 자책에 눈물을 흘린 것이었다.
이 감독은 "노시환에게 3경기 연속 홈런을 맞았다. 첫날도 직구, 두 번째 날도 직구, 세 번째 날도 직구를 맞으면 잘못된 볼배합이 아니냐고 말했다. 욕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경기 끝나고 보니 난리가 났다. 준수에게 왜 눈물을 흘렸는지 물어보았다. 포수로 나가면 10점씩 주고 방망이는 안타도 못치고 그러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왜 이렇게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게 눈물의 포인트라면 성장하는 것이니 괜찮다.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더 울라고 했다. 1군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이전에는 한 두 경기 나갔지만 요즘은 일부러 통으로 내보내고 있다. 남은 경기도 스타팅으로 내겠다. 이 투수, 저 투수와 해보고 다른 타자들도 상대하며 적응하고 실패도 성공도 해보라는 것이었다. 성공은 없고 계속 실패하는 것에 억울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마친 한준수는 "선발 포수로서 팀이 연패 중인데 세 경기 연속 노시환에게 홈런을 맞았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수비와 공격 여러 부분에서 스스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여 답답함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지는 경기에 선발 포수로 있었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답답함, 팀의 연패를 끊지 못했다는 아쉬움 등 여러 감정이 공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감독님이 볼배합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 잘 되라고 해주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이 없다면 이런 얘기도 안 해주실 거라 생각해 감독님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있다. 항상 연습 전에도 감독님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연습 때 집중해야할 부분과 경기 중 내게 요구되는 부분들을 많이 말씀해주신다. 이 부분을 잘 보완해서 앞으로 팀의 중심 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즌이 아직 끝나진 않았으니 팬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올해 부족한 부분들, 잘 못한 부분들에 대비를 잘 해서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이날 훈련을 하면서 "울보 준수"라며 놀리기도 했다. 한준수는 그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훈련을 마쳤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