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 통이 한 선수의 운명을 바꿨다. 안우진은 왜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던 박준현을 붙잡았을까.
지난 17일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 지명을 받은 박준현은 취재진과 만나 “KBO 신인드래프트 참가와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안우진 선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박석민 전 두산 베어스 코치의 아들인 박준현은 최고 구속 157km 강속구를 던지는 탈고교급 우완 파이어볼러다. 메이저리그의 구단의 오퍼를 받으며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고심 끝 한국 잔류를 택한 뒤 당당히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박준현은 올해 아마추어 무대에 10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2.63(40⅔이닝 12자책) 54탈삼진 WHIP 0.90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진출과 KBO 잔류라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박준현은 롤모델 안우진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며 조언을 구했다. 박준현은 “안우진 선배님한테 롤모델이라고 DM을 보냈는데 바로 답장이 안 오고 두 달 정도 뒤에 답장이 왔다. 깜짝 놀랐다”라고 웃으며 “그 때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 조언을 구했고, KBO리그에 남는 게 맞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조언이 엄청 큰 도움이 됐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안우진의 메시지 한 통은 아예 박준현의 마인드 자체를 바꿨다. 박준현은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다. KBO리그에서 경험을 많이 쌓고 배운 뒤 나중에 메이저리그에 가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안우진은 왜 박준현을 붙잡은 걸까. 지난 18일 1군 엔트리에 등록과 함께 잠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우진은 “(이)정후 형, (김)혜성이 형 모두 여기서 잘한 뒤 가서 잘하고 있지 않나. 형들처럼 여기서 잘하고 가면 너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물론 바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는 건 아니지만, 나도 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KBO리그에서 기량이 많이 늘었다. 여기서 많이 배우고 미국에 갔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문자를 보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공을 못 던지는 상황에서도 1군 엔트리 등록을 요청한 안우진은 박준현에게 그랬듯 다른 키움 후배들에게도 아낌없는 조언을 건넬 생각이다.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직접 해주고 싶어서 구단에 등록을 요청했다. 어릴 때를 되돌아보면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게라도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부족하지만 알고 있는 부분을 최대한 알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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