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에 최고 시속 155km, 꾸준하게 150km 초중반의 구속에 찍혔다. 창원NC파크는 술렁거렸다. NC 다이노스 투수 임지민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데뷔 첫 홀드를 수확했다.
임지민은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 2-0으로 앞선 8회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데뷔 첫 홀드를 수확했다.
이호준 감독의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팽팽한 접전으로 이어진 경기, 2-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SSG의 화력이 언제 폭발할 지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NC 벤치는 올 시즌 등판이 단 2경기에 불과했던 임지민을 투입했다.

“2군에서 공이 좋았다. 한 번 보려고 하는데 기회가 잘 안 난다”라면서 아직 제대로 된 진가를 확인하지 못했다. 지난 11일 키움전 ⅓이닝 무실점, 14일 두산전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기록했다. 하지만 키움전은 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두산전은 6-0으로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이날은 달랐다. 2점의 접전, 홀드 요건 성립 상황에서 등판했다. 하지만 임지민은 씩씩했다. 선두타자 대타 정준재를 상대로 초구 154km 패스트볼을 뿌렸다. 볼이 됐지만 창원NC파크가 임지민의 구속을 보고 술렁였다.
이후 154km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152km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가 되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결국 151km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패스트볼 5개를 던지는 강심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후 타선이 까다로웠다. ‘국가대표 유격수’ 박성한을 상대로도 초구 155km 패스트볼을 강하게 꽂았다. 이번에는 포크볼도 섞었다. 결국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129km 포크볼을 던져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2아웃.

그러나 에레디아를 상대로는 제구가 흔들렸다. 153km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이후 패스트볼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으로 내보냈다. 공을 김진호에게 넘기면서 이날 임지민은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이후 김진호가 최정에게 사구를 허용해 2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결국 한유섬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이 끝났다. 임지민의 데뷔 첫 홀드도 이렇게 완성됐다.
낯선 이름이지만 신인이 아니다. 강원고를 졸업하고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지명됐다. 고교시절 포지션도 투수가 아닌 포수였다. 그러나 NC가 직접 발품을 팔아서 임지민의 투구 모습까지 확인한 뒤, 투수로서 성장을 확신했다.
2022년 드래프트 당시 NC 스카우트팀은 “주 포지션은 포수였지만, 우리는 투수로 판단했다. 훈련 때 방문을 해서 피칭 모습을 봤는데 연습피칭 때 140km 중반대의 공을 던졌다”며 “C팀에서 육성하면 투수로서 큰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훈련을 통해서 경험을 늘리면 선발보다는 마무리 유형의 투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150km 상회하는 공을 던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지명했다”고 임지민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NC 특유의 모험적인 선택이었다.
1군에서는 2023년 데뷔했지만 이 해 팔꿈치 골절 부상을 당했다. 결국 일찌감치 병역을 해결하기로 결정했고 현역병으로 입대해 강원도 양구에서 군 생활을 했다. 2023년 7월 입대해 올해 1월 전역한 예비역이다.

저격수 부사수 보직을 받고 군 생활을 했고 재활을 마쳤다. 2023년 NC의 가을야구 기적을 보면서 1군 복귀의 꿈을 키웠다. 전역 이후 재활군에서 몸을 만든 임지민은 퓨처스리그에서 8월부터 등판, 7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2.70의 성적을 남겼다.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에 대한 보고가 1군 이호준 감독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결국 3번째 등판에서 데뷔 첫 홀드까지 수확하며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임지민은 “처음 타자를 잡을때는 힘도 많이 안들고, 제구도 잘 됐다. 2아웃 이후부터 조금 흥분하면서 힘이 들어가고 제구도 흔들렸던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발빠른 타자들을 잡아서 기쁘다”면서 데뷔 첫 홀드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2군에서 강점인 직구를 살려 피칭해왔다. 코치님들 덕분에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아직 변화구는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목표는 이닝에 관계없이 마운드에 오른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것이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에도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지켜봐주시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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