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라즈 감독이 다시 한번 SL 벤피카를 떠난다. 시즌 첫 패배가 그대로 경질까지 이어졌다.
벤피카는 17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브루노 라즈 감독 벤피카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이번 결정은 후이 코스타 회장이 발표했다"라며 라즈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벤피카는 같은 날 포르투갈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EL)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가라바흐 FK(아제르바이잔)에 2-3으로 패했다.
내용도 최악이었다. 벤피카는 경기 시작 16분 만에 2-0으로 앞서 나가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내리 3골을 내주며 홈에서 무릎 꿇었다.
특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가라바흐를 상대로 무너졌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가라바흐는 '포르투갈 강호'인 벤피카와 달리 UCL 경험이 많지 않다. 심지어 창단 후 UCL 본선 승리는 단 한 번도 없었고, 대회 최약체로 분류되던 팀이다. 하지만 벤피카는 가라바흐의 대역전극을 막지 못하며 역사적인 첫 승리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벤피카는 빠르게 라즈 감독과 갈라서기로 결정했다. 코스타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벤피카 팬 여러분께 오늘 라즈 감독과 구단 지휘봉을 내려놓는 데 합의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라즈 감독이 보여준 벤피카를 위한 모든 헌신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는 (헤어질) 때가 왔다.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차기 감독에 관해선 토요일 AVS 푸트볼 SAD전에선 새로운 감독이 벤치에 앉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라즈 감독은 지난해 벤피카에 부임했다. 2019년 1월부터 2020년까지 팀을 1년 반 이끌고 떠난 뒤 4년 만의 복귀였다. 라즈 감독은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 울버햄튼에서 황희찬을 지도하기도 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중도 경질됐다.
라즈 감독은 '벤피카 2기'는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지난 시즌 흔들리던 팀을 안정화하며 끝까지 프리메이라리가 우승 경쟁을 펼쳤고, 스포르팅 CP에 2점 뒤진 2위를 차지했다. 타사 다 리가에서는 결승전에서 스포르팅을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

올 시즌도 출발은 좋았다. 벤피카는 개막 후 3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적전 경기에서 산타 클라라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에 그쳤다. 상대의 퇴장으로 60분 넘게 10명을 상대했음에도 이기지 못한 것.
그리고 가라바흐를 상대로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자 벤피카 보드진은 결단을 내렸다. 'CNN 포르투갈'에 따르면 벤피카 이사회는 곧바로 긴급회의를 열었고, 현지 시각으로 새벽 1시경 라즈 감독 경질이 확인됐다. 그의 운명은 이미 경기 직후 확정된 상태였다.
매체는 "라즈 감독은 이미 지난 시즌 말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슈퍼컵 우승으로 한숨 돌렸다. 그러나 부진한 경기력과 최근 두 경기의 처참한 결과는 더 이상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라즈 감독은 벤피카에서 두 번째 임기를 66경기로 끝내게 됐다"라고 전했다.
한편 라즈 감독의 후임으로는 얼마 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해고된 주제 무리뉴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CNN 포르투갈과 '오 조고' 등 포르투갈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벤피카는 이미 무리뉴 감독과 원칙적 합의를 완료했으며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무리뉴 감독은 몇 주 전 벤피카에 패하며 UCL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직후 경질됐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벤피카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