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같아요. 한국 사람이 할 수 없는 스윙을 해요.”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517홈런을 기록 중이고 이 기록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현재 최고의 거포 최정(38)마저도 감탄했다. 올해 SSG의 히트상품인 류효승(29)을 두고 “애런 저지 같다”라고 말했다.
최정은 “연습 때 치는 것을 딱 보니까 딱 애런 저지 같았다. 임팩트를 주는 게 아니라 선을 그어 놓고 끌고 나가는 모습을 강조를 해줬는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거기에 맞게 대답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류효승도 최정의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류효승을 신예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996년생으로 29세, 늦깎이 선수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지명됐다. 대구상원고 때는 골반 수술을 받으면서 1년 유급을 하면서 또래들보다 졸업이 늦었다. 그리고 성균관대까지 거쳐서 프로에 입단했다. 병역까지 해결하고 오면서 남들보다 출발인 늦었다. 올 시즌 전까지 1군에는 12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더 이상 검증할 것이 없었다. 최근 3년 연속 퓨처스 3할 타자였다. 올해도 37경기 타율 3할2푼2리(121타수 39안타) 7홈런 28타점 OPS .986의 성적을 기록하고 지난 8월 16일 콜업됐다.
콜업 이후 18경기 만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고 또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18경기 타율 3할5푼8리(67타수 24안타) 5홈런 14타점 OPS 1.051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6일 창원 NC전에서는 4회 에레디아, 최정, 한유섬의 3타자 연속 홈런이 터진 뒤 등장해 자신도 홈런을 때려내며 KBO 역대 4번째 4타자 연속 홈런의 주인공 반열에 올라섰다.

한유섬은 “(최)정이 형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순간 (류)효승이가 ‘형도 하나 치시죠’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출루할 테니 네가 홈런 쳐라’라고 했는데, 연속으로 홈런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렇게 큰 기록이 나오는 날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되돌아봤다.
수비에서는 아직 물음표다. 하지만 방망이 만큼은 진짜다. 최정이 인정한 스윙이다. 최정 한유섬 에레디아와 함께 중심 타선에서 역할을 해주면서 활력소가 됐다.
늦깎이 스타를 바라보는 베테랑 최정은 감탄했고 또 흐뭇하다. 그는 “이제 1군 시즌에 좀 더 적응하고 젖어들면 엄청난 홈런 타자가 될 것 같다. 그만큼 힘이 좋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하는 스윙을 하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아지고 경험을 쌓으면 더 좋은 거포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고비가 오고 상대의 견제도 심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아직 해야 할 시즌들이 많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내년에는 상대 투수들이 전력 분석도 하고 약점도 파고 들 것이다. 그러면서 더 어려워질텐데 그 속에서 얼마나 더 성장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현재는 류효승의 활약에 120% 만족이다. 최정은 “지금 중요한 상황에서 이렇게 홈런을 많이 쳐주고 잘해주고 있으니까 다들 너무 좋아한다”라고 웃었다. 역경을 딛고 뒤늦게 조명을 받은 류효승이다. 그의 시간은 아직 제대로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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