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이 MLS를 넘어 미국 스포츠 전체를 흔드는 슈퍼스타로 자리 잡고 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 30라운드. 원정에 나선 LAFC가 산호세 어스퀘이크스를 4-2로 제압했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 53초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이어 드니 부앙가가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팀은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진짜 주목을 받은 건 스코어보다 ‘손흥민 효과’였다. 산호세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홈구장을 바꿔 경기를 치렀다. 원래 홈구장은 1만 8천명을 수용하는 페이팔 스타디움.
하지만 손흥민이 출전한다는 소식에 구단은 NFL 명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홈인 리바이스 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겼다. 무려 6만 8천여명을 수용하는 대형 구장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날 경기에는 50,978명이 입장해 산호세 홈경기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스포츠 매체 ‘스포팅뉴스’는 “MLS에서 특정 선수를 보기 위해 홈구장을 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 손흥민은 메시 이후 처음으로 이 정도 티켓 파워를 발휘하는 선수다”라며 의미를 짚었다.
손흥민의 존재감은 단순한 경기력 이상의 것이다. EPL 득점왕 출신의 월드클래스 공격수라는 상징성에 더해, 미국 전역의 한인 사회와 아시아계 팬들이 대규모로 경기장을 찾고 있다.

시카고, 댈러스, 보스턴 등 손흥민이 원정 경기를 치르는 도시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시절부터 쌓아온 명성과 한국 국가대표팀의 상징적인 위치가 MLS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MLS 사무국도 손흥민 효과를 크게 반기고 있다. MLS는 공식 성명을 통해 “손흥민이 출전하는 곳마다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특히 미국 내 동양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리그 전체의 팬층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교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펠레는 1970년대 뉴욕 코스모스에서 미국 축구 붐을 일으켰고, 메시가 2023년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하면서 리그스컵 우승과 MLS 최다승점 기록을 써내려갔다.
손흥민은 그 계보를 잇는 선수로 꼽히고 있다. ‘손흥민=메시=펠레’라는 방정식이 미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다른 레전들과 마찬가지로 경기장 밖에서도 손흥민은 모범적인 리더십을 보여준다.

LAFC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은 단순히 스타가 아니다. 팬과 동료들에게 친절하고, 인내심이 많으며, 항상 성실하다. 이런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극찬했다.
동료 부앙가 역시 “손흥민 덕분에 내 공간이 넓어졌다. 그는 내 플레이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다”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손흥민의 MLS 성적은 현재까지 5경기 2골 1도움. 단순 수치로만 보면 평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내는 상징성과 영향력은 이미 통계를 뛰어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손흥민은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힘을 가진 슈퍼스타다. 그의 합류는 MLS의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전했다.
33세라는 나이가 무색하다. EPL에서 쌓은 월드클래스 커리어는 MLS에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단순히 ‘얼마나 골을 넣느냐’가 아니라 ‘손흥민이 MLS를 어떻게 바꿔놓느냐’에 쏠리고 있다.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터진 5만 관중의 함성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하나의 메시지였다. 손흥민이 오면 경기장이 바뀌고, 팬들이 몰리며, 리그 전체가 들썩인다. 펠레와 메시 이후 처음으로 MLS가 경험하는 ‘손흥민 현상’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