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클래스가 다르다. 손흥민(33)이 드니 부앙가(31, 이상 LAFC)와 호흡을 맞추며 미국 무대에서 남다른 실력을 뽐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는 16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부앙가 x 손흥민. LAFC의 새로운 '다이나믹 듀오'가 33라운드에서 축구 교실을 열었다(put on a clinic)"라며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LAFC는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산타클래러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S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산호세 어스퀘이크를 4-2로 격파했다. 이날 승리로 LAFC는 시즌 12승 8무 7패(승점 44)를 기록, 서부 콘퍼런스 5위를 굳게 지켰다.
손흥민이 경기 시작 53초 만에 벼락 같은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아르템 스몰랴코우가 내준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MLS 무대 첫 필드골을 신고했다. 이는 LAFC 역사상 3번째로 이른 시간에 나온 득점이었다.
이후로는 부앙가의 무대였다. 그는 전반 4분과 7분 폭발적인 질주 후 슈팅과 뒷공간 침투 후 칩샷으로 득점하며 멀티골을 넣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앙가는 후반 42분 역습 상황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LAFC 통산 93골을 달성, 카를로스 벨라와 함께 클럽 역대 최다골 공동 1위로 올라섰다.


MLS도 손흥민과 부앙가의 맹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MLS 홈페이지는 "영웅적인 부앙가와 손흥민이 LAFC를 날아오르게 했다. LAFC의 슈퍼스타들은 만원 관중 앞에서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제공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킥오프 1분 만에 1-0을 만들었고, 부앙가가 전반 12분까지 두 골을 더 추가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LAFC를 떠나는 체룬돌로 감독도 손흥민의 합류에 웃음 짓고 있다. 그는 "미국 커뮤니티가 손흥민뿐만 아니라 LAFC를 응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를 보니 경기장 주변 에너지가 너무 좋다. 한국에서도 LAFC 유니폼이 판매되고 있다고 들었다. MLS에도 놀라운 일이지만, 특히 LAFC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감탄했다.
또한 체룬돌로 감독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손흥민이 사람들과 팬들, 팀원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는 놀라운 사람이다. 어디를 가든 쉽게 인정받긴 어렵다. 하지만 손흥민은 매우 친절하고, 인내심이 많으며 훌륭한 사람이다. 그가 우리 팀에 와서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손흥민이 극찬받았다. 체룬돌로 감독은 "쏘니는 대표팀에서 뛰든 우리 팀에서 뛰는 매우 일관성 있다. 그래서 팀원들이 그를 득점할 수 있는 위치로 보내는 게 매우 쉽다. 그는 스프린터인데 느린 속도인 적이 없다. 손흥민은 빠르고, 깔끔하고, 단단하며 언제나 위험한 선수"라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손흥민과 부앙가가 강력한 공격 듀오를 형성하며 LAFC의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둘은 MLS에서 가장 위험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라며 손흥민과 부앙가의 호흡에 주목했다. 현재 부앙가는 리그 7경기를 남기고 18골을 넣으면서 MLS 30년 역사상 최초로 두 시즌 연속 20골 달성이란 대기록을 눈앞에 뒀다.
손흥민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부앙가는 "손흥민이 들어오면서 내게 더 많은 공간이 생겼다. 지금은 그가 집중 견제를 받으며 고립되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둘은 산호세전에서 4골을 모두 책임지며 시너지 효과를 입증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LAFC에 입단한 뒤 곧장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SI는 그의 파급력을 펠레와 메시 수준에 빗댔다. 매체는 "손흥민의 존재감은 부앙가와 동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클럽 전체를 끌어 올렸다. 이는 (펠레가 활약했던) 옛 NASL 뉴욕 코스모스와 메시 시대의 인터 마이애미 외에는 그 어떤 미국 축구팀도 달성한 적 없는 성과"라고 극찬했다.
뉴욕 코스모스는 1975년 펠레를 영입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펠레에 이어 프란츠 베켄바워까지 영입하며 1978년부터 1980년까지 3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인터 마이애미 역시 2023년 메시를 영입한 뒤 리그스컵 우승, MLS 정규리그 최다승점 우승 등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제는 손흥민이 그 다음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놀라운 평가다.

이제 손흥민과 LAFC의 목표는 우승 트로피다. 손흥민은 입단 기자회견부터 "LA는 챔피언의 도시다. 나는 트로피를 들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며 우승 각오를 다졌다.
LAFC는 다가오는 18일 솔트레이크 원정 경기에서도 승리한다면 4위 진입도 가능하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매우 유력한 상황. 다만 단판 플레이오프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얻기 위해선 4위 이상으로 순위를 끌어 올려야 한다.
만약 LAFC가 정상에 오른다면 지난 2022년 손흥민의 토트넘 선배인 가레스 베일 시절 이후 3년 만의 우승이다. SI는 "'블랙 앤 골드' LAFC의 큰 그림에서 여전히 우승 희망은 남아있다. 손흥민과 부앙가가 2022년 베일이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후 최초로 두 번째 MLS 정복을 꿈꾸고 있다"라고 짚었다.
LAFC 미드필더 마티외 슈아니에르는 "우리는 시즌 말에 순위표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싸우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승리한는 건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우리의 자신감에 큰 힘이 된다"라며 "우리 모두 라커룸에서 '우리는 플레이오프의 모멘텀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말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MLS는 "그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손흥민과 부앙가가 영웅적인 기세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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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LS, LAFC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