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2)의 앞날에 큰 변수가 생겼다. 그가 뛰고 있는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개막 후 3경기 만에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을 경질했다.
묀헨글라트바흐는 16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과 즉각 결별한다. 오이겐 폴란스키 23세 이하(U-23) 팀 감독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2023-2024시즌부터 팀을 지휘해온 스위스 출신 세오아네 감독의 후임을 맡는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롤란트 피르쿠스 스포츠 디렉터는 "시즌 초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감독 교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분데스리가 10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면서 세오아네 감독 체제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졌다"라고 빠르게 결단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라이너 본호프 회장 역시 "세오아네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팀을 이끌었고, 구단 로드맵을 따라 팀을 발전시키며 안정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마무리는 우리의 예상과 달랐고, 이번 시즌 시작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 세오아네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그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묀헨글라트바흐는 독일의 유서 깊은 클럽으로 2010년대부터 꾸준히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거둬온 팀이다. 2019-2020시즌엔 분데스리가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3-2024시즌 세오아네 감독이 부임한 뒤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고생했고, 단 승점 1점 차이로 승강 플레이오프 위기를 피했다. 리그 순위도 14위에 불과했다.
세오아네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결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묀헨글라트바흐는 27라운드까지 리그 5위를 달리며 유럽대항전 진출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마지막 7경기에서 2무 5패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고, 결국 10위까지 내려앉은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에도 반등할 기미가 없다. 묀헨글라트바흐는 개막 후 3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리그 16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분데스리가 기준 10경기 무승의 늪에 빠진 것. 심지어 묀헨글라트바흐는 아직 시즌 첫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자 묀헨글라트바흐 보드진도 칼을 빼 들었다. 앞으로 레버쿠젠과 프랑크푸르트, 프라이부르크 같은 강팀들과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빠르게 변화를 선택했다.

최근 한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카스트로프의 입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다. 세오아네 감독은 지난 2월 카스트로프 영입이 결정됐을 때 묀헨글라트바흐를 지휘하고 있었다. 당시 뉘른베르크에서 활약하고 있던 그를 데려오는 데 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오아네 감독은 이번 시즌 카스트로프를 적극적으로 기용하지 않았다. 이제 3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카스트로프는 두 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단 23분 만을 소화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9월 A매치를 치르고 돌아온 뒤에는 베르더 브레멘을 상대로 아예 벤치만 지켜야 했다.
게다가 카스트로프는 아직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제 포지션을 찾지 못했다. 그는 독일 2부리그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두각을 드러낸 기대주지만, 묀헨글라트바흐에선 주로 우측 수비수 '땜빵' 역할을 맡았다. 그 때문인지 장기 부상 여파도 있겠지만, 경기력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엔 세오아네 감독의 후임이 누가 될지가 중요해 보인다. 카스트로프가 새로 부임한 사령탑에게 눈도장을 찍는다면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다. 그는 2003년생인 만큼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에 자신과 잘 맞는 감독 밑에서 날개를 펼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만약 카스트로프가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한 자리를 꿰찬다면 홍명보호에도 호재다.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며 실력을 쌓아나간다면 대표팀 중원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카스트로프는 독일과 한국 혼혈 선수다. 그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중 국적자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지만, 최근 독일 축구협회(DFB)를 대신해 한국 축구협회(KFA)를 택하며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최근 미국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A매치에 데뷔했고, 멕시코를 상대로는 선발 출전해 45분을 뛰기도 했다.
다만 독일 내에선 다소 삐딱한 시각으로 바라봤다. '빌트'는 "카스트로프가 월드컵 딜레마에 빠졌다! 그는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 때문에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주전 자리를 잃게 될까?"라며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팀 경기에 뛰면서 세오아네 감독에게 자신을 증명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 만약 그가 팀에 남았다면 훈련을 소화하거나 샬케와 친선전에 뛰었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매체는 "카스트로프는 미국 원정 이후 시차 문제 때문에 금요일까지 팀 훈련에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한국이 서울에서 브라질과 경기를 치르는 10월 A매치 휴식기와 11월 A매치 휴식기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아시아로 이동해야 하는 경기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어두운 미래를 전망했다. 하지만 세오아네 감독이 먼저 경질되면서 판도가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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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묀헨글라트바흐, 트랜스퍼마크트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