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가 결국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가 아이콘 매치 득점을 둘러싼 일부 팬들의 비난 속에서 의연한 대처를 보여줬다.
박주호는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기장에서 열린 '2025 아이콘 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에서 경기 막판 결승골을 터트리며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실드는 2년 연속 FC 스피어(공격수팀)를 꺾으며 이벤트 매치를 마무리했다.
아이콘 매치는 축구화를 벗은 전설들이 한국에서 이색 경기를 펼치는 초대형 축구 행사다. 넥슨의 주최로 지난해 시작됐고,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올해에도 돌아왔다. 라인업도 화려했다. 티에리 앙리와 디디에 드록바, 호나우지뉴, 웨인 루니, 스티븐 제라드, 마이콘, 카를레스 푸욜,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 알렉산드로 네스타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기장에 들어선 전설들은 부상 투혼도 아끼지 않으며 여전한 클래스를 입증했다. 경기 내용도 치열했다. 후반 27분 스피어가 루니의 멋진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10분 뒤 실드가 마이콘의 헤더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후반 43분 박주호가 극장 역전골을 터트리며 2년 연속 실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경기 후 때아닌 논란이 불거졌다. 몇몇 팬들이 박주호가 환상적인 패스 플레이 끝에 득점한 탓에 승부차기를 보지 못했다며 몰상식한 악성 댓글을 쏟아낸 것. 이들은 박주호의 소셜 미디어를 찾아가 욕설을 남기기까지 했다.
경기 후 실드를 지휘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은 "(마이콘의 골을 어시스트한) 이영표와 박주호가 차이를 만들었다"라며 "특히 박주호는 벤치에서 시작해 투입됐는데도 골을 넣었다"라고 박주호를 콕 집어 칭찬했다. 그럼에도 일부 팬들이 박주호가 '눈치 없이' 전설들 앞에서 경기를 끝냈다며 댓글 테러에 나선 황당한 상황이다.
그러자 박주호는 15일 장문의 입장문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올해 '아이콘 매치'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던 것만으로 큰 영광이었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었던 것도,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박주호는 "경기가 끝난 뒤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표현해주셨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세계적인 레전드 골키퍼들의 승부차기를 기대하셨을 팬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저 역시 현장에서 그 대결이 성사된다면 얼마나 특별할지 잘 알기에, 여러분의 아쉬움에 깊이 공감한다. 저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었지만, 팬분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다양한 반응이 있다는 것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적었다.

아쉬운 마음도 드러냈다. 박주호는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현재 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는 제 최근 게시물이 얼마전에 참여했던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어울림 마라톤 대회’ 현장 사진이었다는 부분"이라며 "좋은 취지로 마련된 뜻깊은 행사였고, 저 또한 큰 배움을 얻었던 자리여서 그런지 그 게시물에 아이콘매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쏟아지면서 행사 본래의 의미가 가려진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크다. 행사 관계자분들, 그리고 함께 뛰었던 분들께도 정중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
또한 그는 "SNS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축구인으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값진 경험이라 생각한다. 따뜻한 격려든, 따끔한 조언이든, 모두 아이콘매치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며 감사히 듣겠다. 앞으로도 겸손한 자세로, 축구가 줄 수 있는 기쁨과 의미를 나누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박주호는 "아이콘매치는 단순히 한 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다양한 국적, 세대, 배경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구라는 공통된 언어로 소통하는 순간들을 직접 경험하며, 다시 한 번 ‘축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역시 선수 시절부터 늘 믿어왔던 말, “축구를 해서 행복했고, 축구 덕분에 지금도 행복하다”는 마음을 이번에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이번 대회에서 따뜻하게 대해주신 실드팀 형님들과 베니테스 감독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감사 인사도 전했다.
끝으로 그는 득점 후 손가락 여덟 개를 펴 보였던 세리머니도 설명했다. 그는 "첫째 날 파워도르 이벤트에서 15장의 스티로폼 벽 중 8장만 깨는 바람에 팀 패배에 기여(?)했던 스스로의 실수를 떠올리며 실드팀 형님들께 ‘죄송하다’는 의미를 담았다"라며 "다시 한번 아이콘매치를 함께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보내주신 다양한 의견도 소중히 새기겠다. 앞으로도 축구가 줄 수 있는 즐거움과 따뜻함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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