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대주자라고? 안치홍이?” 숨 가쁘고, 절박했던…그러나 ‘독특하고, 남다른’ 달 감독의 보법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09.16 10: 41

[OSEN=백종인 객원기자] 스코어 6-6이던 7회 말이다. 따라 잡힌 홈 팀의 다급한 공격이 시작된다. (9월 1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키움 히어로즈-한화 이글스)
1사 후 8번 최재훈 타석이다. 초구가 왼쪽 허벅지 뒤편으로 날아간다. ‘쩍~’. 통증이 그대로 느껴지는 파열음이다. 135㎞짜리 투심이었다.
피해자는 허리춤에 손을 올린다. 들고 있던 배트를 몇 번이나 땅에 꽂는다. 누가 봐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반면 가해자(투수 김성민)는 낭패한 듯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껌 씹는 속도가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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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자리가 문제다. 햄스트링 부위다. 혹시 무리하면 탈이 날까 걱정이다.
그때였다. 벤치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느 팬이 당시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귀중한 자료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른바 직캠 영상이다.
러닝 타임은 겨우 10초 남짓이다. 화면 속에 숨 가쁘고 절박한 순간이 담겼다. 묘사하면 이런 상황이다.
덕아웃 끝자락 한 켠만 보인다. 그러니까 사진기자석 쪽이다. 고동진 코치가 바쁜 걸음으로 나타난다. 급하게 누군가를 찾는다.
옆에 있던 하주석이 번개같이 달려간다. 손에는 배트를 들고 있다. 대타 출전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찾는 사람이 자신인 줄 알았던 것 같다. 부리나케 감독+코칭스태프 쪽으로 향한다.
그런데 아니다. 곧바로 반전이 일어난다. 뒤이어 안치홍이 등장한다. 역시 손에는 배트가 들렸다. 마찬가지로 대타 기회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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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멀뚱한 모습이다. 이윽고 사태 파악이 된다. 대타가 아니다. 대주자였다. 필요 없는 배트는 손에서 놓는다. 서둘러 헬멧을 찾아 쓴다. 장갑도 꺼내 낀다. 이윽고 1루로 달려간다.
그때였다. 영상 속에 외마디 대사(?)가 터진다.
“안치홍을?”
맞다. 전혀 뜻밖의 캐스팅이다. 그걸 보고 (관중 누군가) 터트린 현장음이다. 진심으로, 놀람 가득한 목소리다. 주변도 반응도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들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황영묵 타석 때다. 달리기 사인까지 나온다.
카운트 3-2에서 런 앤 히트 작전이다. 타자가 헛스윙으로 물러난다. 하마터면 주자도 동반 아웃 될 뻔했다. 다행히 포수 송구가 빗나갔다. 2루에서는 세이프다.
덕분이다. 안치홍에게는 색다른 기록 하나가 추가됐다. 대주자 출전, 더하기 시즌 3호 도루 성공이다.
아쉽게도 목표는 무산됐다. (손아섭 땅볼 때) 3루까지 진루가 전부다. 홈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끝내 잔루로 남겨졌다. 그리고 8회 초 수비 때 교체된다. 포수 허인서가 그 자리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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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로 앞서던 경기였다. 그걸 6-6으로 따라 잡혔다. 최하위 팀 상대로 자칫 낭패를 볼 뻔했다. 그러니 다급함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대주자 캐스팅도 그렇다. 남은 야수는 또 있었다. (7회 말 현재) 하주석과 최인호가 여전히 대기 중이다. 그런데도 안치홍을 택했다. 벤치의 깊은 뜻이 있었겠지. 그런 생각이다.
이 대목만이 아니다. 이 경기에서는 달 감독의 남다른 보법이 속속 드러난다.
8회 말에도 그렇다. 선두 이원석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다음이 4번 노시환이다. 그런데 초구부터 대뜸 희생 번트를 댄다. 결과는 최악이다. 파울 플라이로 아웃 1개만 헛되이 날렸다.
그러고도 결승점을 뽑았다. 채은성, 이진영이 연속 안타를 쳐줬다. 그 덕에 천신만고 끝에 7점째를 얻었다.
아무튼.
이겼으니 됐다. 결과가 모든 걸 덮어준다.
무엇보다 이글스의 역사적인 날이다.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 그리고 1위와 차이도 3게임으로 줄였다. 나름대로 보람찬 하루였다.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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