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분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감독으로서 죄송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시즌 중 한화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한 김경문 감독은 가을야구를 약속했지만 최종 순위 8위로 마쳤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내년 3월에 다시 팬들을 만나게 되는데 더 강한 모습으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한화는 최강 팬덤을 자랑하는 팀이다. 6년간 가을 잔치를 못해 너무 죄송하다. 올해 반드시 가을 잔치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했다.
6개월이 흘러 김경문 감독은 그 약속을 지켰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 키움전 승리로 잔여 경기에 관계없이 최소 5위 자리를 확보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한 것이다. 1위 LG를 추격 중인 2위로 여전히 순위 싸움 중이긴 하지만 1차 목표를 이뤄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15일 키움전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다 같이 열심히 해서 한화 팬분들을 가을 잔치에 초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고마운 시즌이다”며 “대전 팬분들이 많이 기다리셨다. 성적이 밑에 있어도 굉장히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우리 선수단, 스태프들은 어떻게든 팬분들을 가을 잔치에 자주 초대할 수 있는 그런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올 한 해만 그치지 않고 한화를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한화는 2018년에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잔혹사를 끝내며 모처럼 가을야구에 나갔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듬해 다시 9위로 순위가 6계단이나 떨어졌고, 그 이후 3년 연속 10위로 바닥을 치며 암흑기가 연장됐다.
이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현재만큼 미래도 봐야 한다. 15일 키움전 선발로 신인 정우주를 쓰는 등 1위 LG 추격 중에도 내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오래 갈 수 있는 팀을 만드는 데 일가견 있다. 2004~2011년 두산 시절 8년간 6번, 2013~2018년 NC 시절 6년간 4번 가을야구를 이끌며 강팀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한화에서 2년 만에 가을행 티켓을 따내며 개인 통산 11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KBO리그 역사에서 김경문 감독보다 포스트시즌에 더 많이 올라간 사령탑은 김응용 감독이 유일하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은 12번의 한국시리즈 포함 총 16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이어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 3회 포함 11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이번에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다음으로 故 김영덕 전 감독과 염경엽 LG 감독(이상 8번), 김재박, 김인식, 류중일 전 감독, 김태형 롯데 감독(이상 7번), 선동열 전 감독, 이강철 KT 감독(이상 5번) 순이다.
3개 이상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사령탑도 얼마 없다. 김성근(OB·태평양·삼성·쌍방울·LG·SK), 김영덕(OB·삼성·빙그레), 김용희(롯데·삼성·SK), 염경엽(넥센·SK·LG) 감독에 이어 김경문 감독이 5번째. 이 중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사령탑은 김용희, 김경문 감독 둘뿐이다.
김경문 감독에겐 올해가 절호의 기회. 1위 LG를 계속 추격 중인 김경문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너무 멀리 생각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15일 키움전을 접전 끝에 7-6으로 승리한 한화는 1위 LG와 격차를 3경기로 좁혔다. 정규리그 1위를 놓쳐도 선발투수들이 워낙 좋아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LG를 상대로 업셋도 노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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