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에 너무 달린 걸까. 트레이드를 통해 인생을 바꾼 KT 위즈 투수 오원석이 후반기 들어 10승 좌완의 면모를 전혀 뽐내지 못하고 있다.
오원석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5탈삼진 4실점 난조로 시즌 8패(10승)째를 당했다.
시작은 상쾌했다. 1회말 2사 후 구자욱에게 2루타를 맞은 가운데 홈런 1위 르윈 디아즈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냈고, 1점의 리드를 안은 2회말 박병호-김영웅-강민호 순의 강타선을 만나 10구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오원석은 2-0으로 앞선 3회말 급격히 흔들렸다. 선두타자 이성규를 볼넷, 류지혁을 좌전안타로 연달아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재현을 8구 승부 끝 헛스윙 삼진 처리했으나 김성윤을 만나 뼈아픈 역전 스리런포를 헌납했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137km 슬라이더가 비거리 115m 우월 홈런으로 이어졌다. 디아즈의 안타로 이어진 2사 1루는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극복.
4회말 8구 삼자범퇴의 평화도 잠시 5회말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류지혁의 도루 실패에 이어 이재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냈지만, 앞서 홈런을 맞은 김성윤에게 다시 우전안타를 허용한 뒤 구자욱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가까스로 5이닝을 책임졌다.
오원석은 2-3으로 뒤진 6회말 마운드에 올라 퀄리티스타트에 도전했으나 선두타자 디아즈에게 홈런을 맞고 손동현에게 바통을 넘겼다. 디아즈에게 던진 초구 142km 직구가 야속하게도 비거리 110m 우월 홈런이 됐다.
KT는 삼성에 2-6으로 패하며 3연승 상승세가 끊겼고, 오원석은 평균자책점 상승(3.36→3.51)과 함께 시즌 8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김민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SSG 랜더스에서 KT로 이적한 오원석은 이적 첫해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트레이드 성공신화를 썼다. 5선발을 맡아 16경기 10승 3패 평균자책점 2.78(90⅔이닝 28자책)의 1선발급 성적을 내며 정상급 선발투수의 상징인 ‘10승 투수’로 거듭났다. 종전 8승(2023년)을 넘어 데뷔 첫 10승을 커리어에 새긴 순간이었다. 지난 5월 4승 평균자책점 1.95 호투에 힘입어 KBO 월간 MVP 후보에도 올랐던 그였다.
전반기가 오버 페이스였을까. 오원석은 후반기 들어 7경기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5.40의 슬럼프에 빠져 있다. 7월 18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 5이닝 5실점(3자책) 패전을 시작으로 29일 잠실 LG 트윈스전 3이닝 5실점 난조 속 2연패를 당했고, 8월에는 퀄리티스타트 두 차례를 비롯해 평균자책점 3.68로 반등했으나 승리 없이 2패만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오원석은 8월 31일 수원 KIA전 5이닝 3실점 노 디시전 이후 13일의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전날 삼성을 만나 홈런 두 방을 맞고 다시 패전투수가 됐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7월 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끝으로 72일째 승리가 없는 오원석이다.
4위에서 역대급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 KT는 아직 시즌 종료까지 11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여기에 다음 주 5강의 판도를 좌우할 LG-LG-LG-한화-한화-삼성을 차례로 만나는 지옥의 6연전이 잡혀 있다. 순위싸움 생존을 위해서는 선발야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특히 6연전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선발진의 릴레이 호투가 절실하다.
향후 최대 두 차례 선발 등판이 가능한 오원석이 후반기 첫 승과 함께 팀의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원석이 살아나야만 정규시즌 마무리를 넘어 가을야구까지도 강철매직의 계산이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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