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태연(28)의 아찔한 안면 사구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걱정했다. 사구 직후 키움 히어로즈 투수 하영민(30)도 마운드에서 타석으로 내려와 김태연을 살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다행히 김태연은 큰 부상을 피했고, 양 팀 수장과 선수단도 사과와 위로를 주고받았다.
지난 13일 대전 키움-한화전. 5회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태연에게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영민의 초구 시속 140km 직구가 얼굴 쪽으로 날아들었다. 보내기 번트를 대기 위해 자세를 한껏 낮춘 김태연이라 공을 피할 틈도 없이 안면을 맞고 쓰러졌다.
시끄럽던 야구장이 일순간 침묵에 빠졌다.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부터 관중석의 팬들까지 숨죽인 채 김태연의 상태를 지켜봤다. 하영민도 타석에 내려와 김태연을 걱정했고, 키움 주장 송성문도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태연은 직접 일어나서 수견으로 입을 가린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고, 하영민은 직구 헤드샷 규정에 따라 자동 퇴장을 당했다.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즉시 이동한 김태연은 구강 주변부 CT 촬영 검진 결과 특이 사항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입술 안쪽 상처를 봉합하는 치료만 받았다.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그야말로 천만다행. 김태연이 빠졌지만 타선이 폭발한 한화가 이날 경기를 10-5로 승리했다.
14일 키움전을 앞두고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를 이겨도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해 시즌이 끝났으면 팀 전체가 굉장히 우울했을 것이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다. 결과가 좋게 나와서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경기에 뛸 순 없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은 아무래도 후유증이 좀 크다. (입술을) 꿰매기도 하고, 많이 부었다. 오늘내일 이틀 정도 보고, 그 다음에 본인이 괜찮아지면 운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틀 정도 쉬게 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태연은 이날 부상 부위에 마스크를 쓴 채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상대팀 키움도 김태연을 걱정하긴 마찬가지였다. 설종진 키움 감독대행은 “(사구 부위가) 허리나 이런 데면 그나마 낫겠지만 머리 쪽이다 보니 미안하고, 복잡한 생각이었다”며 “어제(13일) 경기 끝나고 김경문 감독님을 찾아봬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김경문 감독님도 ‘어쩔 수 없는 건데 괜찮다.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니까 (하)영민이한테도 위로해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사구를 당한 김태연 못지않게 투수 하영민도 많이 놀란 기색이었다. 타자만큼은 아니더라도 투수 역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몸쪽 공을 던질 때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도 이를 우려했는지 하영민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하는 품격을 보여줬다. 하영민은 14일 경기 전 한화 라커룸을 찾아 김태연에게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야구를 하다 보면 이런 불의의 사고가 안타깝게도 종종 일어난다.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를 맞히기도 하고, 타자가 때린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공 하나, 타구 하나에 시즌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닌 사고이지만 키움과 한화는 서로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하며 남다른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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