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은 1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1회말 리드오프 홈런으로 시즌 15호 홈런을 쏘아 올렸고 4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해 시즌 40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1997년 이종범 이후 김주원이 28년 만에 유격수 15홈런 40도루 고지를 정복한 것. NC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기록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종범 이후, 김주원 이전에도 리그를 호령하고 지배했던 유격수들이 있었지만 15홈런 40도루의 고지를 밟지는 못했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선수들은 모두 리그를 지배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던 강정호(은퇴)와 김하성(애틀랜타)이었는데, 모두 도루 숫자가 부족했다. 도루보다는 홈런에 집중했던 선수들이다. 강정호가 2012년 25홈런 21도루로 20-20클럽에 가입했지만 40도루는 기록하지 못했다. 2013년에도 22홈런 15도루에 그쳤고 2014년에는 유격수 최초 40홈런을 달성하며 장타에 집중했다. 이후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김하성은 2016년 20홈런 28도루, 2017년 23홈런 16도루, 2019년 19홈런 33도루, 2020년 30홈런 23도루를 기록했다. 역시 2021년부터 김하성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원조 평화왕’들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을 김주원이 달성했다. 이제 5년차 시즌에 불과한 신예다. 이후에는 공식 기록도 집계하는 진정한 ‘호타준족의 상징’ 20홈런 20도루까지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유격수 20홈런-20도루 클럽도 이종범(1996,1997), 강정호(2012), 김하성(2016, 2020), 오지환(2022) 등 단 4명만 가입했다. 그 다음 주자가 김주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주원은 “타격감이 최근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첫 타석부터 홈런이 나와서 기분 좋게, 시작했고 도루도 40개까지 하나 남겨두고 있었는데 오늘 바로 또 성공해서 기분 좋다”면서 “도루 40개를 의식까지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빨리 뛰어버리자고 그랬다”고 웃었다.
15홈런 40도루에 대한 기록을 알려주자 김주원은 “그런 기록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기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김주원의 누적 기록은 이미 올해 유격수 중 최상위권이다. 15홈런 40도루에 더해 타율도 2할9푼6리(500타수 148안타)로 3할에 가깝고 OPS도 .844를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 유격수 중에 홈런, 도루, OPS 모두 1위다. ‘스포츠투아이’ 기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은 5.07로 리그 유격수 1위, 야수 통틀어도 4위에 해당하는 수치를 찍고 있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드는 시점, 이제는 올해 유격수 골든글러브는 김주원이 맡아놨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원조 평화왕’들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을 달성하고 골든글러브에 성큼 다가섰다. 스스로도 내심 골든글러브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당장은 팀의 가을야구만 신경쓰려고 한다.
김주원은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욕심 낸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은 경기들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타이틀 신경쓰지 않고 일단 남은 경기 잘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NC 구단 역사에서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아직 없었다. 이제 김주원이 그 역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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