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이가 다쳐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13일 대전 키움전을 10-5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선발투수 코디 폰세가 개막 17연승을 질주한 가운데 타선이 장단 13안타를 폭발하며 완승을 거뒀다. 이날 잠실 KIA전을 3-6으로 패한 1위 LG와 격차를 2.5경기로 좁히며 정규리그 대역전 우승의 희망을 키운 날이었다.
그러나 한화 선수들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5회 안면 사구로 교체된 김태연(27)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한화가 1-0으로 앞선 5회 무사 1루에서 김태연은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키움 투수 하영민의 초구 시속 140km 직구가 안면으로 날아들었고, 번트를 위해 자세를 낮춘 상태라 피하기가 어려웠다.
얼굴 쪽을 맞고 타석에 쓰러진 김태연. 직구 헤드샷으로 자동 퇴장을 당한 투수 하영민부터 양 팀 선수들 모두 어쩔 줄 몰라 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관중들도 말을 잃었다. 시끄러운 야구장에 정적이 흐를 정도로 모두가 놀랐다. 김태연은 직접 일어서서 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고, 즉시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안타까운 사구 속에 하영민이 퇴장을 당했고,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급하게 몸을 풀고 올라온 키움 전준표를 상대로 한화는 빅이닝을 몰아쳤다. 루이스 리베라토가 만루 홈런을 폭발했고, 하주석도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타자 일순으로 6득점 빅이닝을 완성했다. 스코어를 7-0으로 벌렸다.
5회 공격이 끝난 뒤 클리닝타임 때 한화 덕아웃에서 미팅이 이뤄졌다. 대개 덕아웃 미팅은 경기를 지고 있거나 뭔가 잘 안 풀릴 때 고참 선수들 주도로 진행되곤 한다. 그런데 이날 한화는 6득점 빅이닝을 폭발하며 승기를 잡은 상황에 미팅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김태연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경기 후 하주석은 “가을야구까지 부상 선수 없이 계속 가야 하는데 오늘 (김)태연이가 다쳐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많이 안 다쳤으면 한다”며 5회 덕아웃 미팅에 대해 “(이)재원이 형이 ‘태연이도 다쳤고,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까 더 집중해서 플레이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또 세리머니 같은 부분들도 조금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를 해주셨다”고 전했다.

한화 야수 최고참 이재원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미팅을 한 것이다. 5회 6득점을 폭발하긴 했지만 사구로 교체된 동료 걱정에 선수들도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럴 때 자칫 잘못하면 또 부상이 나올 수 있으니 집중력을 유지해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세리머니도 자제하자는 메시지를 냈다. 동료가 다쳤는데 너무 기뻐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재원의 주문대로 한화 선수들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조금은 차분한 상태로 남은 이닝을 소화했다.
한화는 올해 이런 식으로 덕아웃 미팅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지난 3월28일 대전 KIA전에서 폰세가 외국인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야수들을 덕아웃 앞에 불러 파이팅을 외치며 역전승을 이끈 게 시작이었다. 이후 주장 채은성, 최고참 류현진, 이재원 등이 번갈아가며 필요할 때마다 미팅으로 팀 분위기를 다잡곤 했다.
다행히 김태연은 큰 부상을 피했다. 구강 주변부 CT 촬영 검진 결과 특이 사항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입술 안쪽 상처를 봉합하는 치료만 받고 귀가했다. 하주석은 “생각보다 많이 안 다쳤다고 하더라. 치아나 이런 데는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폰세도 “김태연이 하루빨리 다시 함께 그라운드 설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며 빠른 쾌유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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