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설영우(27, 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입단할 뻔 했던 팀이 끝을 모르고 추락 중이다.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공식전 6전 6패에 빠졌다.
셰필드는 13일(한국시간) 영국 입스위치의 포트먼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5라운드에서 입스위치 타운에 0-5로 대패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낙제점이었다. 이날 셰필드는 90분간 5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슈팅 10개를 날렸지만, 유효 슈팅은 2개에 그쳤다. 큰 기회도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그 결과 기대 득점(xG)도 고작 0.42에 불과했다.
반면 입스위치는 슈팅 21개를 퍼부어 5골을 넣었고, 유효 슈팅 11개 중 5개를 골로 연결하며 높은 결정력을 자랑했다. xG에서도 2.60으로 셰필드를 압도했다. 셰필드는 공만 소유하고 있었을 뿐, 위협적인 슈팅은 단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셰필드는 경기 초반부터 휘청였고, 전반 20분 제이든 필로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후반에만 4골을 얻어맞으며 와르르 무너졌다. 필로진이 후반 6분과 후반 23분 연달아 득점하며 생애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잭 클라크와 조지 허스트도 셰필드 골망을 갈랐다. 반면 셰필드는 무기력한 공격 끝에 무득점에 그쳤다.


최악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셰필드다. 셰필드는 이날 패배로 5전 전패에 빠지며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개막 후 5연패는 구단 역사를 통틀어도 1995-1996시즌에 이어 두 번째 굴욕.
골 득실도 심각하다. 셰필드는 개막전에서 브리스톨 시티를 상대로 1골을 기록한 뒤로는 4경기째 침묵 중이다. 허용한 실점은 무려 12골. 그 결과 5라운드 기준 셰필드의 성적은 1득점 12실점, 승점 0점으로 압도적 꼴찌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셰필드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 문턱까지 밟았던 팀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추락이다. 셰필드는 지난 시즌 리즈, 번리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고, 시즌 막판에 미끄러지면서 최종 3위를 기록했다. 이어진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에서는 4위 선덜랜드를 상대로 앞서 나가다가 후반 추가시간 실수로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하며 챔피언십에 잔류하게 됐다.
그러자 셰필드 구단은 크리스 와일더 감독을 경질하고, 스페인 출신 루벤 셀례스 감독을 새로 데려왔다. 과거 3부리그에서 셰필드를 프리미어리그까지 올려뒀던 와일더 감독과 두 번째로 결별한 것.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셰필드 보드진의 결정은 패착이었다. 셰필드는 셀례스 감독 밑에서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다. 이대로라면 승격은커녕 3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
당연히 셀례스 감독의 입지도 위태롭다. 이미 현지에서는 그의 경질이 곧 발표되리라 믿고 있다. 입스위치 팬들도 경기 도중 "넌 아침에 해고될 거야"라는 노래를 부르며 셀례스 감독을 조롱했다.
리그컵 경기까지 포함하면 부임 후 6전 6패를 기록 중인 셀례스 감독. 그럼에도 그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셀례스 감독은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이기지 못하면 언제나 거취가 논의된다.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감독이 마찬가지다. 그게 현실이다. 유일한 방법은 클럽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일하고, 항상 100%를 바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경질을 걱정할 게 아니라 훈련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선수들 사기를 높일지,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지 걱정할 뿐"이라며 "다음 상대를 이기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다음 경기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분석해야 한다. 전반엔 우리가 원하는 팀을 봤다. 상대를 압박했고, 공을 몇 개 따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셰필드는 올여름 설영우 영입을 추진했던 팀이기도 하다. 셀례스 감독이 설영우를 관찰하기 위해 스카우트를 파견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셰필드가 설영우의 바이아웃 금액인 500만 유로(약 82억 원)를 지불하기로 결심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스포르트 스포르트'와 '메리디안 스포르트' 등 세르비아 매체들도 설영우가 즈베즈다에서 고별전을 마쳤다고 전했다. 그는 파포스 FC(키프로스)를 상대로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적시장 막판 셰필드가 높은 이적료에 부담을 느껴 바이아웃 발동을 주저했고, 결국 즈베즈다와 협상이 무산됐다. 설영우도 이적시장 종료로 즈베즈다에 남게 됐다. 그는 대표팀에 합류한 뒤 "여러 팀과 긍정적인 얘기도 많이 했지만, 아쉽게 됐다"라며 "한동안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다만 지금 분위기만 보면 설영우의 셰필드 이적 실패는 오히려 전화위복일 수도 있다. 새로운 무대에 적응할 새도 없이 잉글랜드 3부리그 강등 위기에서 허덕이는 것보단 지금처럼 즈베즈다에서 맹활약을 이어가며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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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카이 스포츠, 셰필드, 즈베즈다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