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경질이었지만, 놀랍진 않았다. 유로파리그 결승전 훨씬 이전부터 알 수 있었다."
노팅엄 포레스트 지휘봉을 잡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홋스퍼 시절을 떠올렸다.
영국 '타임즈'는 12일(이하 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 난 트로피를 따기 위해 여기에 왔다. 이건 내 커리어 내내 해왔던 일"이라며 "포스테코글루에 새로 부임한 포스테코글루가 토트넘에서 해고된 것, 시티 그라운드(노팅엄 홈구장)에서 예상치 못한 기회, 그리고 팬들이 팀에 기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라며 그의 취임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9일 노팅엄에 공식 부임했다. 당시 노팅엄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포스테코글루를 1군 팀 감독으로 임명하게 돼 기쁘다. 그는 25년 이상 지도자 생활을 해 왔으며 최고 수준 리그에서 꾸준히 경쟁하고 우승을 거머쥔 경험을 갖고 트렌트 사이드에 도착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2년이다. 노팅엄은 "포스테코글루는 브리즈번 로어와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며 두 팀 모두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 6월 셀틱 감독으로 부임했다. 글래스고에서 성공적인 임기를 보낸 그는 스코틀랜드 데뷔 시즌에 '도메스틱 더블'을, 두 번째 시즌에는 트레블을 달성하며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감독 후보에 올랐다"라고 소개했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경질한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 새 사령탑을 선임한 노팅엄이다. 노팅엄은 같은 날 "최근 상황에 따라 누누 감독이 오늘부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토트넘에서 성공적인 시기를 함께한 그의 기여, 특히 2024-2025 시즌 보여준 성과에 감사하다. 그와 함께한 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누누 감독과 작별을 발표했다.
누누 감독은 지난 2023년 12월 스티브 쿠퍼 감독의 뒤를 이어 노팅엄 지휘봉을 잡은 지 20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당시 소방수로 나섰던 그는 노팅엄의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이끌었고, 지난 시즌엔 팀을 리그 7위로 올려두며 1994-1995시즌 이후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 덕분에 노팅엄은 30년 만에 유럽 대항전에 진출하게 됐다.
하지만 올 시즌 균열이 발생했다. 'BBC'에 따르면 누누 감독은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 구단주와 갈등을 빚어 2주 전부터 거취가 위험했다. 그는 구단의 이적시장 행보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고, 아스날에서 새로 데려온 에두 가스파르 풋볼 디렉터와도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둘의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누누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빠르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데려온 마리나키스 구단주. 그는 "우리는 입증되고, 일관된 우승 트로피 기록을 가진 감독을 클럽에 데려왔다"라며 "우리는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뒤 매 시즌 꾸준히 성장했고, 유럽대항전 진출까지 성공했다. 이제 최고의 팀들과 경쟁하고, 트로피에 도전할 수 있는 올바른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포스테코글루는 이를 수행할 자격과 경력을 갖추고 있다. 그가 우리의 야심찬 여정에 함께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기대를 걸었다.

Son Heung-min of Tottenham Hotspur (L) and Tottenham Hotspur head coach Ange Postecoglou (R) during the trophy parade outside the Tottenham Hotspur Stadium

이로써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약 3달 만에 프리미어리그 감독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무려 프리미어리그 22패를 기록하며 리그 17위에 그쳤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정상에 오르는 업적을 남겼다.
이는 토트넘의 17년 무관 역사를 끊어내는 우승이자 구단 역사상 41년 만의 유럽대항전 우승이었다. 또한 손흥민도 생애 첫 우승을 손에 넣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승한 지 16일 만에 경질되며 팀을 떠나야 했다.
이 때문에 영국 현지에선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경질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난 한 번도 경질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낯선 일이었다. 프리시즌 동안 휴가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랍진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자신의 경질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리그) 결승전 훨씬 전부터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우승했고, 우승 퍼레이드를 즐겼다. 멋진 3일을 보냈다. 그 기억을 더럽히고 싶진 않았다. 다만 그러고 난 뒤 무언가 끝났음을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물론 에둘러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 관점에서는 그걸 이해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경질이) 부당했다고 느끼든 아니든 그런 결정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분명한 건 2년 동안 매우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고, 환상적인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거다. 하지만 지금 만나는 토트넘 팬들 중에서 나를 안아주고,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내가 뭔가 제대로 해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노팅엄을 이끌고 토트넘을 적으로 상대하게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 항상 2년 차에 우승하고 있는 그는 노팅엄에서도 트로피를 다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마 우승해야 2번째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 거다. 첫 시즌에도 몇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다. 셀틱에선 더블을 달성했다"라고 외쳤다.
이어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트로피를 따내는 거다. 그게 바로 내 커리어 전체에서 계속 해온 일이다. 여기서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며 "모든 클럽이 성공을 원하고 있다. 특히 마리나키스 구단주가 노팅엄을 인수한 뒤 우승을 향한 야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노팅엄에도 자신의 공격 축구를 이식할 예정이다. 그는 "난 증명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난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라며 "난 내 팀이 공격하고, 골을 넣어 팬들을 열광케 하는 걸 좋아한다. 내 커리어의 유일한 일관성은 모든 팀에서 우승했다는 거다. 원칙은 항상 같다"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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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노팅엄, 스카이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