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싸움 중에 미래까지 챙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신인 투수 정우주(19)에게 선발 수업 기회를 주면서 포스트시즌 대비까지 한다. 황준서(20)를 불펜으로 돌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좌완을 3명으로 늘릴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 12일 대전 키움전이 우천 취소되기 전 인터뷰에서 “오늘부터 (황)준서를 중간에 내보내 왼쪽 타자들과 어떻게 싸우는지 보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대구 삼성전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황준서가 이날부터 불펜에서 대기하게 된 것이다.
황준서가 빠진 선발 로테이션에는 정우주가 들어간다. 7일 삼성전에서 선발 황준서가 3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뒤 정우주가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2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선발 준비를 위한 테스트를 통과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정)우주를 선발로 쓸 거다. 많은 공을 안 던졌으니 너무 길게 바랄 순 없고, 2~3이닝 정도 던지는 걸 보고 조절해가며 쓸 것이다”고 밝혔다.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구사 능력이 향상된 정우주가 후반기 17경기(21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0.84 탈삼진 40개로 놀라운 투구를 보여주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 선발 기용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1위 LG에 3.5경기차 2위로 선두 추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정우주에게 선발 수업 기회를 줬다. 12일에도 김 감독은 “(정)우주가 당장 선발투수로 5이닝 던지는 건 아니지만 선발이 어떤 건가 느끼고 시즌을 마쳤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정우주를 내년에는 선발투수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언뜻 내비친 것이다.
항상 선발에 대한 꿈을 내비친 정우주에겐 엄청난 동기 부여다. 남은 시즌 3경기 정도 선발 등판이 가능한 정우주가 이렇게 1군에서 짧게라도 선발 경험을 하고 나면 내년 시즌 준비 과정에서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선발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쌓거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선수뿐만 아니라 팀으로 볼 때도 내년 시즌 밑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용이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정우주 선발 기용은 미래만 바라본 결정이 아니다. 1위를 추격 중이기도 하고, 포스트시즌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 시즌 내내 한화는 불펜에 좌완이 김범수와 조동욱 둘밖에 없었다. 매 순간 더욱 촘촘하게 승부를 봐야 할 가을야구는 좌완 불펜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에 김 감독은 황준서를 불펜으로 전환시켜 가을야구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어차피 포스트시즌 때는 선발이 4명만 필요하고, 5선발 황준서는 불펜으로 쓸 수밖에 없다. 시즌이 끝나기 전 황준서가 미리 불펜에서 던지며 감을 잡는다. 김 감독은 “두 투수(김범수·조동욱)가 잘해왔지만 (좌완 불펜이) 1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준서가 기존 2명의 불펜과 또 다른 볼을 던지니까 팀한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김범수는 평균 시속 147km에 달하는 직구 구위가 일품이고, 조동욱은 좌타자 상대로 멀어지는 슬라이더가 강점이다. 황준서는 이들과 다르게 포크볼이라는 떨어지는 결정구가 있어 좌타자보다 우타자 상대로 훨씬 더 좋다. 각기 다른 유형의 좌완 3명이 불펜에 있으면 가을야구에서 경기 상황이나 상대 타자에 따라 한화 벤치 운영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황준서는 올 시즌 구원으로 나선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80으로 선발로 던질 때보다 좋았다. 5이닝 1실점으로 표본이 큰 것은 아니지만 짧게 던지는 불펜으로 던지면 구속도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 남은 시즌 불펜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가을야구 승부처에서 활용될 수도 있다. 한화로선 현재와 미래 다 잡을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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