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싶었지만...".
두산 베어스 내야수 홍성호(28)가 데뷔 10년만에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12일 광주 KIA전에 출전해 첫 홈런에 이어 연타석홈런까지 터트렸다. 팀 승리를 이끄는 듯 했으나 팀은 9회2사후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그래도 빛바랜 것은 아니었다. 10년동안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노력의 댓가였다.
7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넣었다. 2-0으로 앞선 2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먼저 스트라이크 2개를 먹었으나 2-2까지 몰고간 뒤 6구 134km짜리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가볍게 끌어당겼다. 타구는 힘이 실렸고 총알처럼 날아가더니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2016년 입단 이후 10년만의 첫 홈런이었다. 통산 51경기 91타석만에 나온 감격의 한 방이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2로 추격당한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또 홈런을 날렸다. 올러의 초구 투심을 그대로 통타했고 120m를 비행하더니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데뷔 첫 홈런에 이은 연타석 홈런 기록은 박노준과 김동주에 이어 팀내 세 번째이다. 레전드까지 소환한 것이다.

187cm 98kg의 우람한 체구값을 비로소 해냈다. 경기 전 조성환 감독대행은 작두를 탔다. "1군에 올라온 이후 첫 타석에서 소형준(kt)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끝에 안타를 때렸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모습이었다. 1루 수비도 많이 훈련한 것 같다.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령탑에게 100% 부응하는 하루였다.
1군에서 홈런이 없었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한 방이 있는 타자였다. 올해도 11개의 아치를 그렸다. 2023시즌에는 15개의 홈런을 날리며 장타율만 6할5푼7리, 출루율 4할2푼2리 OPS 1.079를 기록했다. 2군 통산 60홈런이었다. 10년 만에 1군 홈런이 나온게 이상할 정도이다.
경기는 4-3으로 이기는 듯 했다. 멋진 데뷔홈런에 연타석 홈런까지 터트렸으니 일찌감치 히어로 인터뷰어로 선정됐다. 그러나 9회말 2사후 급변했다. 마무리 김택연이 최형우 안타, 윤도현 볼넷을 내주고 박찬호에게 동점타를 맞아 승부가 원점이 됐다. 구원에 나선 이영하도 김선빈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최고의 하루를 보낸 홍성호는 빛났다. "첫 번째 타석, 두 번째 타석 모두 담장을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간절하게 ‘제발 넘어가라’ 하며 1루로 달려가는 순간 담장을 넘어갔다. 믿기지 않았다. 꿈만 같았다. 데뷔 이후 10년만에 1군에서 첫 홈런을 기록했다. 베이스를 도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며 감격 소감을 전했다.
이어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오늘을 기점으로 나의 야구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더 멋진 모습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끝내기타를 터트린 KIA 김선빈에 이어 이날의 또 다른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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