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 포스테코글루(58)가 노팅엄 포레스트서 다시 치고 나갈 수 있을까.
지난 11일(한국시간) 노팅엄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테코글루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불과 지난 6월 토트넘 홋스퍼와의 극적인 결별 후 재취업. 그것도 프리미어리그 무대 복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나는 누구에게도 증명할 게 없다. 다만 노팅엄에 내 색깔을 입히고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포스테콕를루 감독의 자신감은 빈말이 아니다. 호주 A리그에서 브리즈번 로어를 이끌어 리그 우승,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서 15년 만의 정상,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리그 2연패, 그리고 토트넘 시절에는 41년 만에 유럽대항전 정상까지.

포스테코글루가 걸어간 길마다 트로피가 있었다.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는 "나는 늘 트로피를 들어 올려왔다. 노팅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며 또 한 번의 성공을 자신했다.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전해졌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는 “포스테코글루가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이미 해임 통보를 받았다. 그럼에도 끝까지 토트넘을 지휘하며 우승을 일궈냈다”고 보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본인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해임은 처음이었고 프리시즌을 쉬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팬들과 함께한 우승의 순간은 특별했다”며 웃어넘겼다. 결국 그는 ‘우승과 해임’을 동시에 경험한 전무후무한 시즌을 마친 셈이다.
노팅엄에서의 시작은 강렬했다. 첫 훈련부터 하이 라인과 강한 압박을 강조하며 선수단을 흔들었다. 브라질 국가대표 수비수 무릴루는 “포스테코글루의 부임은 우리 팀에 큰 도전”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단은 고강도 전술 훈련에 바로 돌입했다. ‘트로피 제조기’의 색깔은 첫날부터 분명했다.

노팅엄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만 1억8000만 파운드(약 3398억 원)를 투자했다. 단순한 프리미어리그 잔류가 목표가 아니다. 유럽대항전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35년 만의 트로피 획득이라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포스테코글루는 이 야망을 현실로 바꿀 최적의 인물이다.
첫 시험대는 운명적이다. 다름 아닌 토트넘의 라이벌 아스날 원정. 포스테코글루는 “변명하지 않는다. 팬들이 흥분할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과거 토트넘에서 우승과 해임을 동시에 경험한 그는 이제 노팅엄의 30년 묵은 트로피 갈증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았다.
노팅엄의 선택은 분명하다. ‘트로피 제조기’ 포스테코글루를 앞세워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 그는 이미 호주·일본·스코틀랜드·잉글랜드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력이 있다. 남은 건 노팅엄의 붉은 물결 위에서 또 한 번 샴페인을 터뜨리는 일이다. 토트넘에서의 결말이 잔혹했다면, 노팅엄에서의 서막은 기대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과연 포스테코글루가 노팅엄을 다시 유럽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까. ‘트로피 제조기’라는 별명은 허명이 아니다. 그는 실패보다 성공을 더 많이 경험해왔다. 노팅엄의 팬들이 기다린 35년의 갈증을 풀어낼 수 있을까.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