헹크는 1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디미트리 드 콩테 디렉터의 인터뷰를 내놓았다. 그는 오현규 이적 협상이 무산된 과정을 상세히 짚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슈투트가르트는 합의 후에도 이적료를 낮추려 시도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빌미로 압박하는 방식은 납득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헹크는 오현규를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2700만 유로(약 440억 원)라는 금액 앞에 흔들렸다. 재정적 상황을 고려하면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문제는 협상 막판에 터졌다.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의 과거 십자인대 부상을 문제 삼으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임대 후 완전 영입 조건으로 협상을 바꿔치기했다. 결국 아무 성과도 없이 결렬됐다.
드 콩테 디렉터는 “1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프로다운 협상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구단의 공식 입장 발표에서조차 ‘메디컬 테스트 불발’을 이유로 내세운 슈투트가르트의 태도는 헹크와 오현규 모두에게 불쾌감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오현규는 잔류했다. 다만 선수 본인은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대표팀 소집 직후 “다 지나간 일이다. 좌절하지 않겠다. 전화위복으로 삼아 더 강해지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멕시코전에서 이를 몸소 증명했다.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 오현규는 선발 원톱으로 출전해 후반 30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골을 넣은 뒤 무릎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과거 부상 이력으로 발목을 잡힌 것에 대한 메시지였다. “십자인대는 문제없다”는 통쾌한 반박이었다.
비록 대표팀은 추가시간 실점으로 2-2 무승부에 그쳤지만, 오현규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그는 86분간 뛰며 전방 압박과 몸싸움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그에게 평점 8.4를 부여하며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슈팅 4회, 유효 슈팅 2회, 1골, 드리블 성공 1회의 기록은 객관적으로도 준수했다.
대표팀 내 입지도 커졌다. 조규성이 장기 부상으로 이탈하고, 오세훈이 일본 무대에서 부진한 상황에서 오현규는 홍명보호 최전방의 새로운 카드로 떠올랐다. 손흥민과는 스타일이 달라 활용폭도 넓다. 멕시코전에서 후반 손흥민과 호흡을 맞추며 시너지를 보여준 장면은 대표팀에 새로운 옵션을 제시했다.
헹크 역시 곧바로 반응했다. 구단 SNS에 오현규 사진을 올리며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문구로 슈투트가르트를 저격했다. 단순한 농담처럼 보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쌓였던 불쾌감을 드러낸 행위였다.

독일 언론도 이를 조명했다. ‘빌트’는 “과연 슈투트가르트가 이 농담을 웃으며 받아들일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현규는 미국 원정에서 114분을 뛰며 1골 1도움을 올렸다. 이는 분명 건강한 선수의 기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냉정한 평가도 덧붙였다. “슈투트가르트는 늘 재정적으로 신중했고,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 했다. 과거 십자인대 부상이 협상의 빌미가 됐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오현규는 건강하고, 헹크와 대표팀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사가(事家)는 슈투트가르트의 단독 범행에 가까웠다. 협상 과정에서의 꼼수, 그리고 일방적 발표까지. 헹크와 오현규는 불쾌했지만, 동시에 전화위복의 계기를 얻었다.
빌트는 끝으로 “슈투트가르트는 그를 포기했지만 동시에 그의 커리어를 주시할 것이다. 만약 오현규가 계속해서 유럽 무대에서 증명한다면, 이번 이적 결렬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헹크는 득점력을 갖춘 공격수를 지켰고, 오현규는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반면 슈투트가르트는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 결국 이번 이적 사가는 ‘프로다운 협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슈투트가르트의 책임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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