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24, 헹크)를 이상한 이유로 놓친 것은 후회할까.
헹크 구단은 12일(한국시간) 구단 채널을 통해 디미트리 드 콩테 디렉터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슈투트가르트는 합의 후에도 이적료를 깎으려 시도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빌미로 압박하는 방식은 납득할 수 없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헹크가 오현규를 붙잡고 싶어했음에도 2700만 유로(약 440억 원)의 제안 앞에 흔들린 건 사실.

그러나 이적은 슈트트가르트의 메디컬 문제를 구실 삼은 꼼수 속에 결렬됐다. 십자인대 부상 이력까지 들먹였지만, 실상은 가격을 낮추거나 임대를 요구하기 위한 술수였다.
실제로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의 부상 이력을 문제시 하면서 이적료 삭감을 요구했다. 그것이 거절당하자 임대 후 이적으로 다시 한 번 협상을 시도했다.
이러한 모든 시도가 불발되자 슈투트가르트는 일방적으로 오현규가 '메디컬 테스트'서 불발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런 시도는 바로 헹크와 오현규에 의해서 반박됐다.
드 콩테 디렉터는 “1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프로다운 협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현규가 남게 돼 만족한다. 대표팀에서도 활약하는 공격수를 보유한 건 우리에겐 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현규는 대표팀 소집 직후 빠르게 마음을 추슬렀다. 그는 “다 지나간 일이다. 좌절하지 않겠다. 전화위복으로 삼아 더 강해지면 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지난 10일 멕시코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오현규는 선발 원톱으로 나서 1-1로 맞서던 후반 30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골망이 흔들린 순간, 그는 무릎을 가리키며 ‘십자인대는 문제없다’는 듯한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자신을 부정했던 슈투트가르트를 향한 통쾌한 메시지였다. 비록 한국은 추가시간 실점으로 2-2 무승부에 그쳤으나, 오현규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오현규는 86분 동안 활발히 뛰며 수비진을 괴롭혔다. 전반 15분 힘으로 슈팅 기회를 만들었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압박을 가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그에게 평점 8.4점을 매기며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슈팅 4회, 유효슈팅 2회, 1골, 드리블 성공 1회라는 숫자는 그의 가치를 증명했다.

대표팀 내 입지 역시 단단해졌다. 조규성이 장기 부상으로 빠지고 오세훈이 일본에서 부진한 상황에서, 오현규는 홍명보호 최전방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손흥민과는 다른 스타일 덕분에, 홍명보 감독은 상황에 따라 두 선수를 번갈아 활용하거나 함께 기용할 수 있다. 멕시코전에서 후반 손흥민과 호흡을 맞춘 장면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국 슈투트가르트는 눈앞의 보석을 스스로 걷어찼다. 헹크는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SNS 게시물로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독일 ‘빌트’ 역시 “과연 슈투트가르트가 이 농담을 웃으며 받아들일까”라며 상황을 짚었다. 매체는 “오현규는 미국 원정에서 114분간 뛰며 1골 1도움을 올렸다. 이는 분명히 건강한 선수의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슈투트가르트는 재정적으로 언제나 신중했고, 위험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과거 십자인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오현규는 현 시점에서 건강하고, 헹크와 대표팀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빌트’는 또 “슈투트가르트는 그를 포기했지만, 동시에 그의 커리어를 주시할 것”이라며 “만약 오현규가 계속해서 유럽 무대에서 증명한다면, 이번 이적 결렬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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