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최정이 또 하나의 전설을 써냈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10년 연속 20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홈런왕’의 클래스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최정은 지난 1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7-4로 앞선 9회 우완 이승현을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그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10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팀도 8-4로 승리하며 3위 굳히기에 나섰다.
경기 후 만난 최정은 “19번째 홈런을 치고 나서 뭔가 새로운 감정이 밀려왔다”며 “항상 목표는 연속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었는데, 10년 연속 20홈런이라니 감회가 새롭다”고 웃었다.

올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그는 전반기 48경기에서 타율 1할9푼8리(34안타) 11홈런 33타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타율 2할8푼9리(39안타) 9홈런을 몰아치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는 “올해는 유독 성적이 안 좋았고, 매 경기 타이트하다 보니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며 “그래도 이렇게 20홈런을 달성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털어놨다.
이날 5-4로 앞선 9회 쐐기 투런 홈런을 터뜨린 안상현의 활약도 언급했다. 최정은 “사실 제 홈런보다 (안)상현이의 한 방이 더 컸다. 그 덕분에 마음 편하게 스윙할 수 있었다”며 “솔직히 저는 팀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상현이가 고마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타자 친화적인 대구 구장에서 대기록을 완성한 데 대해선 “모든 타자에게 최고의 타격은 홈런이긴 하다”면서도 “홈런을 노린 건 아니었고, 운 좋게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미소지었다.
SSG는 이날 승리로 3위를 굳혔지만, 최정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늘 정말 중요한 경기를 잡아서 다행이지만, 아직 방심할 상황은 아니다”며 “연패에 빠지면 팀 분위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오늘은 한 고비를 넘긴 것뿐이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함께 대기록을 세운 노경은(3년 연속 30홀드)에게도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경은이 형은 팀 내 최고참으로서 매 경기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후배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많은 형”이라며 “그런 대단한 선배와 한 팀에서 뛴다는 게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숭용 감독 역시 “오늘 대기록을 달성한 경은이와 정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 고맙고, 두 선수 모두 리스펙트한다”고 전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