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결과만 보면 아쉬움이 남지만, 이날 가장 주목받은 선수 중 하나는 선발로 첫 기회를 잡은 카스트로프였다.
그는 전반 45분 동안 중원에서 투쟁심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지상 경합 5회 중 3회를 따내며 몸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태클 1회와 볼 회복 5회를 기록하며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을 탈취한 뒤 빠른 전개로 이강인과 배준호를 연결하는 장면도 돋보였다. 전반 9분 배준호의 슈팅, 20분 오현규의 결정적 기회 모두 카스트로프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패스 성공률은 80%에 달했고 기회 창출 1회도 기록했다.

비록 후반 시작과 함께 김진규와 교체됐지만, 단 45분 만에 대표팀 중원에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개형 미드필더가 많은 한국 대표팀에 카스트로프처럼 거칠게 압박하며 공을 빼앗는 유형은 귀중하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독일 대중지 ‘빌트’의 평가는 달랐다. 빌트는 “미국전과 멕시코전에 나섰지만, 카스트로프는 글라드바흐에서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표팀에서는 기회를 얻었지만, A매치 기간 동안 세오아네 감독에게 어필할 기회를 날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A매치 차출로 샬케와의 친선 경기와 브레멘전을 놓쳤고, 미국 원정과 시차 적응 탓에 팀 훈련 복귀도 늦어질 전망이다. 빌트는 “10월, 11월에도 한국 대표팀 소집으로 장거리 이동이 예정돼 있다. 클럽 내 입지는 더 흔들릴 수 있다”며 마치 카스트로프의 국가대표 선택을 비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팀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오른쪽 풀백 조 스캘리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오스카 프랄로가 메우고 있고, 케빈 딕스라는 추가 옵션도 있다. 빌트는 “슈투트가르트전 교체 투입 후 실점 빌미를 제공한 그는 감독의 신뢰를 확실히 끌어내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물론 모든 시선이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글라드바흐 단장 롤란트 피르쿠스는 “그는 어린 선수다. 분데스리가에서 젊은 선수라면 한두 번 실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학습 과정에 있고, 이를 잘 이겨낼 것이라 확신한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독일 언론의 태도는 분명했다. 대표팀에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사실보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 프레임’에 집중했다. 이는 곧 한국을 택한 카스트로프에 대한 일종의 시기와 질투 섞인 시선으로 읽힌다.

빌트는 끝으로 “대표팀에서 가능성을 보인 카스트로프가 글라드바흐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그의 미래는 실수 이후 어떻게 반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팀에서 얻은 기회를 클럽에서도 증명해야 한다.
태극마크를 달며 보여준 패기와 투쟁심이 분데스리가 무대에서도 통한다면, 독일 언론의 시기와 질투는 곧 박수와 인정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두 무대에서 동시에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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